잠 못 드는 밤, 원인은 침실이 아니라 주방에 있다?
"당신의 수면 장애, 어쩌면 마지막 저녁 식사 때문일지도?"
한밤중, 휴대폰을 뒤적이며 뒤척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왜 이렇게 잠이 안 오는 거지?” 커피도 마시지 않았고, 침실 환경도 나름 최적화했는데 말이다. 혹시 원인은 침실이 아니라 주방에 있는 건 아닐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수면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해, 낮에 먹은 음식이 밤의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문제이며, 숙면을 위한 최적의 식단은 무엇일까?
"음식이 당신의 수면을 좌우한다"
3월 8일(현지시간), 메디칼프레스(Medical Press)는 콜롬비아 대학교의 영양학 교수 마리-피에르 생-옹주(Dr. Marie-Pierre St-Onge) 박사의 연구를 인용해 식단과 수면의 밀접한 관계를 보도했다.
그녀는 "낮 동안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밤의 수면의 질이 달라지고, 수면의 질은 다시 다음 날의 식습관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고탄수화물 음식이 불면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흰 빵, 도넛, 감자튀김, 가공된 시리얼 등이 있다. 이런 음식들은 소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이에 따라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면서 체내 혈당 조절이 불안정해지고 생체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다.
반대로, 사과, 오렌지, 통곡물, 콩류, 견과류 등 혈당 변화를 완만하게 유지하는 음식은 숙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 부족이 체중 증가로 이어지는 이유"
수면 부족이 단순히 피로감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식욕 증가와 체중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0년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탄수화물 식단이 폐경 후 여성의 불면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한, 같은 해 Journal of Human Nutrition and Dietetics에 실린 논문에서는 하루 5.5시간 이하의 짧은 수면이 높은 칼로리 섭취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현상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Sleep 저널에 게재된 2012년 연구에서는 수면 부족이 남성과 여성의 식욕 조절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성: 수면 부족 시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Ghrelin)' 호르몬이 증가해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
▶여성: 수면 부족 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GLP-1' 호르몬이 감소하여 과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즉, 잠을 제대로 자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고, 이는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숙면을 위한 최상의 식단은?"
전문가들은 ‘지중해식 식단’이 불면증 해결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이 식단은 다음과 같은 음식들로 구성된다.
▶ 신선한 채소와 과일: 항산화 작용을 통해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체내 염증을 감소시킨다.
▶ 통곡물과 콩류: 혈당을 서서히 올려 체내 균형을 유지하고 포만감을 높인다.
▶ 견과류와 저지방 유제품: 멜라토닌과 마그네슘이 풍부해 숙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생선과 올리브 오일: 건강한 지방이 풍부해 뇌 기능을 지원하고 깊은 수면을 돕는다.
2018년 Sleep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도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불면증을 겪을 확률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또한, 2020년 Nutrients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특히 여성의 경우, 채소·과일·콩류를 충분히 섭취할 때 수면의 질이 개선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지중해식 식단, 한국식으로 실천하는 방법"
그렇다면 한국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지중해식 식단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 귀리밥: 흰쌀밥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한 귀리밥을 먹자.
▶ 나물 반찬: 채소와 나물 무침을 활용해 식단을 구성하자.
▶ 생선 요리: 삼치, 고등어, 연어구이 등을 주 2~3회 섭취하자.
▶ 올리브 오일 활용: 샐러드나 나물무침에 올리브 오일을 살짝 뿌려보자.
이처럼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늘 저녁, 당신의 선택이 달라진다"
밤마다 뒤척이며 잠 못 드는 것이 고민이라면, 단순히 침실 환경만 바꿀 것이 아니라 식습관을 점검해 보자. 불면증을 유발하는 음식을 피하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수면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당신은 어떤 음식을 선택할 것인가? 작은 변화가 더 깊고 편안한 밤을 선물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