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일이면 충분하다, 당신의 뇌도 살찐다
퇴근 후 TV 앞에 앉아 무심코 과자를 집어 든다. 한두 개만 먹으려던 게 어느새 봉지가 바닥나 있다. 단순한 습관일 뿐인데, 요즘 따라 몸이 무겁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기분이다.
혹시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뇌까지 살찌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 5일 만에 뇌가 변화한다?
최근 독일 튀빙겐 대학교와 헬름홀츠 뮌헨 연구소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2025년 3월 11일, 메드스케이프(Medscape) 보도)에 따르면, 단 5일간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뇌의 인슐린 반응이 변화하고, 그 영향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건강한 남성 2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중 18명은 기존 식단에 하루 1,500kcal 상당의 초가공 간식을 추가로 섭취했고, 나머지 11명은 평소 식단을 유지했다.
불과 5일 만에 간 지방 함량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뇌의 인슐린 반응도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뇌의 보상 시스템이 변형되면서 음식에 대한 욕구 조절이 어렵게 되고, 이는 결국 과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뇌가 살찌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흔히 ‘살찌는 뇌’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고열량·고당분 식단이 뇌 기능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뇌의 시상하부에 염증이 생기면 식욕 조절이 어려워지고, 에너지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과식과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뇌의 보상 시스템이 둔화되면서 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에서 쾌감을 얻기 어려워지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된다. 쉽게 말해, 패스트푸드와 초콜릿이 계속 당기는 이유도 뇌가 이미 고열량 식단에 적응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뇌 건강을 위해 피해야 할 습관들
이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막기 위해서는 사소한 습관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과 같은 행동이 무심코 뇌를 살찌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 TV 보면서 간식 먹기 → 배고프지 않아도 계속 손이 가며, 뇌는 포만감을 인식하지 못한다.
◼ 스트레스받을 때 단 음식 찾기 → 감정적 섭식 습관이 형성되면 뇌가 당을 필요 이상으로 요구하게 된다.
◼ 야식으로 고칼로리 음식 섭취 → 늦은 시간의 식사는 신체뿐만 아니라 뇌의 신진대사에도 부담을 준다.
◼ 초가공 식품 위주 식단 → 가공된 음식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뇌 기능을 저하시킨다.
뇌를 살찌우지 않는 건강한 식습관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것보다 뇌가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진은 특히 다음과 같은 식습관을 권장했다.
◼ 지중해식 식단 유지하기 → 채소, 과일, 생선, 올리브 오일 등을 풍부하게 섭취하면 항산화 효과로 뇌 염증을 줄일 수 있다.
◼ 오메가-3 지방산 섭취 → 연어, 고등어 등 등 푸른 생선은 뇌 기능을 강화하는 필수 영양소를 공급한다.
◼ 항산화 식품 섭취 → 베리류, 브로콜리, 시금치는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기억력을 증진하는 역할을 한다.
◼ 정제된 탄수화물과 당류 줄이기 → 흰 빵, 과자, 단 음료 대신 통곡물과 자연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충분한 수분 섭취 → 뇌의 75%는 물로 이루어져 있어, 수분 부족은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생활습관까지 바꿔야 진짜 변화가 온다
식습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생활습관이다. 단순한 행동 변화만으로도 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 규칙적인 운동 → 신체 활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뉴런 생성을 촉진한다.
◼ 충분한 수면 → 하루 7~8시간의 숙면은 뇌가 기억을 정리하고 독소를 제거하는 데 필수적이다.
◼ 스트레스 관리 → 명상이나 취미 활동은 과식으로 이어지는 감정적 섭식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당신의 뇌는 어떤 음식을 기억하고 있을까?
해당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게재되었으며, 연구진은 "단기간의 식단 변화라도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작은 습관부터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하루 동안 섭취하는 음식은 단순히 체중 증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혹시 최근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한 기분이 든다면, 오늘 먹은 간식이 원인일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뇌는 어떤 음식을 기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