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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미황 Oct 09. 2024

그건 내 내면의 젊음이야

내가 젊어 보이는 이유?




거울을 볼 때마다 나는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이야기한다.

'너는 젊어, 그러니까 날 따라 해 봐."

"아, 이, 우, 에, 오~"

모음으로 안면 근육운동을 한다.

  

  어쩌다 만나는 지인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인사말을

 건네면 기분이 나쁘지 않다. 맘속으로는 '한 번 인사로 해보는 말일 거야.

속지 말자!' 생각하지만 기분은 어느새 혼자 미소 짓고 있다.

'나의 때는 가을날이요. 마음은 꽃 피는 봄날이라', 혼자 말하며 미소 짓는다.


  토요일, 도암노인대학의 레크리에이션 시간, 살구빛깔 밝은 옷을 입고

 어르신들 앞에 등장하고 싶었다. 화사한 빛깔은 보는 순간 뇌에 불을 켠다.

등교 차량에서 내리시는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고 인사말을 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었다.

나는 강사다. 먼저 옆 사람과 자기 이름을 소개하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기로 했다.

“상희야? 잘 왔다.”

“반갑구먼,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은 어르신들에게는 참으로 어색한 단어다.

그런데 잘도하신다.


어르신들은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사라져 가는 뇌 붙잡기' 놀이로 '구구단 외우기'를 한다.

  '쿵 짝짝' '쿵작 짝짝', 박자에 맞춰 구구단을 외워보기로 했다.

골똘히 생각하며 입술을 벙긋거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진지하면서도

 얼굴빛이 상기되어 불그레하다. 흐뭇하고 기쁘고 즐거웠다.

어르신들에게 물었다.

"구구단 외워 보시니 기분이 어떠세요?"

추억 소환을 해서 그런지 "좋았소!", "좋지라~"라고 싱글 생글 웃으며 대답하셨다.


  스트레칭을 겸한 가벼운 운동 시간엔 리듬을 따라 들썩거리며 몸 풀어주니

어르신들이 흥에 겨워 춤까지 추신다. 둔탁하게 가라앉아 있던 무거운 몸들이

 날아갈 듯 깨어난다. 눈빛들이 달라진다.

대부분 독거노인들이 많다.

 하루 종일 그분들은 어떻게 지내 실까? 우둑허니 앉자  있거나 TV를 틀어 놓는 일일 것이다.

 사람 그림자, 사람 온기가 얼마나 그리울까.

그런 어르신들이 어린아이처럼 천진스럽게 웃는다.

활짝 웃는다. 마음이 뿌듯했다.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갑자기 한 어르신이 나를 보고 말씀하신다.

“어찌 그리 '귄' 있다요?!”

덩달아 옆 어르신도 말씀하신다.

“오메, 나는 40대인 줄 알았소잉.”

추임새가 곁들여진다.

“몸매도 날씬해서 전혀 나이 먹게 안 보이요.”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의기양양하게 진행하던 나는 갑자기 수줍어진다.

 사실 나도 그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나이가 아닌가.

"참말로 제가 '귄' 있어 보이세요?"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어째서 제가 귄 있어 보일까요?"

"몰르겄소. 그냥 여간 귄 있게 보이요~"

기분 탓일 것이다. 외로운 시간을 지나 이렇게 흥겨운 시간을 만들어주니

내가 그리 이뻐 보이기도 하겠다. '귄 있다'라는 표현은 남도 사투리다.

뭐라고 명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어떤 사랑스러움이 느껴질 때 남도

사람들은 '귄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난, 나를 100m 미녀라고 생각해 왔다. 지금까지 ‘이쁘다’란 말을 그다지 자주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귄 있다’는 말은 가끔씩 듣는다.

그날도 그랬다.

레크리에이션시간에 리듬에 맞춰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 '귄 있다'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어르신들.

"앗! 참말이라고 곧이듣습니다~"

"암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어 보시요. 내 말이 거짓말인지."

어르신들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냥 믿기로 한다.

가끔 이런 말을 듣다 보니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어르신들 앞에 서면

 내가 더 신바람 나게 된다.

그런데 그 시간, 그 자리를 떠나면 나는 다시 안방마님이 되고

 손님이 되어 버린다. 그러고 보면 나의 흥은 어르신들이

내 안에서 끄집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날도 그랬다. 어르신들과 함께 놀다 보니 노인대학 소풍 가는 날,

함께 춤추며 놀아주기로 약속해 버렸다. '칭찬엔 고래도 춤춘다'더니

딱 나를 두고 한 말이네!.


지금까지 소풍 중에 단 한 번도 어울려 드리지 못했다.

나는 클래식을 선호하고 가곡이나 발라드풍의 가요를 좋아한다.

그리고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분위기를 지향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르신들과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다 보니 내 안에도

이런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기뻤다.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나는 플루트를 연주한다. 그것도 독학으로 배웠다. 내 플루트 리듬이 좋았는지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플루트를 연주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온다.

'리듬박스에 몸이 저절로 잔잔한 파도타기를 한다는 것은 내 안 어딘가에 젊음이

사라지지 않고 내내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일 거야.'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아직도 내 안에 젊음이 살아있다는 증거야! 서둘러 노년이 될 필요는 없지.'

나의 외모?

나는 지금도 30대의 몸매로 착각하며 산다. 이웃들 또한 나를 그렇게 보아주는 것 같다.

화장품도 아토베리어를 쓴다. 손녀가 쓰는 제품으로 로션과 크림을 바꾼 지 5년째다.

성인 전용 화장품은 피부에 트러블이 나타나 빨간 반점이 생겨 따갑다.

굳이 성인 화장품 고집할 필요를 버렸다. 화운데이숀 제품도 답답하다.

선크림 대용으로 베이스 제품만 사용한다. 필요에 따라 화운데이숀 약간은 허락한다.

헤어스타일은 자가 미용하고 파마만 미용실을 이용한다.

옆지기의 헤어 컷은 내 손을 거쳐도 멋지다. 나는 나름 미용사이기도 하다.

그의 헤어컷을 담당한 세월이 40년을 훌쩍 넘었다.


  내가 젊어 보이는 이유는 부모님의 은혜다. 부모님의 체질과 피부를 닮았다.

아직도 몸무게는 30대 때와 마찬가지로 46kg ~48kg 유지하고 있다.

나는 내면의 힘, 긍정의 힘을 믿는다.

'웃는 자에게 복이 임한다.'




데살로니가전서 5:16-18 KLB



 항상 기뻐하십시오.


쉬지 말고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은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여러분을 위한 하나님의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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