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가출 <2>

떨어진 백조 /성찰의 시간

by 시미황



간헐적 가출


회전의자에 앉자 있는 그녀의 마음은

담담했다.

꼭두새벽에 일어난 까닭에

피곤하기도 했다.

종일 집을 떠나 돌아다닐 일을 생각하며

회전의자에 몸을 맡기고

잠시 눈을 감고 짧은 수면을 기다렸다.

생각처럼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20분쯤 앉아 있던 시간 그녀의

남편이 불 꺼진 거실로 나왔다.


회전의자에 앉자 있는 아내를

발견하지 못한 남편은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어 키를 누른다.

그녀의 주머니 안에서

" 드리릭, 드리릭..."


회전의자 쪽에서 들려오는 진동소리를

확인한 남편은 전화를 닫고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창밖은 어둠이 걷히지 않았다

외출복 차림의 옷을 갈아입었는지

그는 말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잠시 후 주차장에서 자동차 시동 소리와

함께 불빛이 보이더니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사라졌다.


" 나는 하나도 놀라지 않을 거야!"

입속말로 중얼거렸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은 당혹스러워했다.




동이 트고 제법 시야가 훤해진다.

그녀도 곧 집을 나섰다.

잠자던 마당냥이들이 우리 안에서

튀어나온다.

냥이들의 아침밥을 챙겨 주며

"잘 지내고 있거라."

밥 먹고 있는 냥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그녀도 옷가방과

줄 김밥과 휴대용 보온병과 귤

개가 들어 있는 작은 쇼핑백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녀는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간헐적 가출을 한다. 그럴 때마다 성찰의

시간을 갖고 비워낸 마음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이번엔 그녀의 마음은 평소와는

다른 각오와 오기가 그 마음의 생체기에

달라붙어 있다.

남편도 그녀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무슨 일이든 한번 꽂히면 해내고

마는 성격이다. 그러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안 되는 일은 멀치감치 떨어져 관망

하는 스타일이다.



지금 어디야? , 내가 태워다 줄게!


그녀는 어둑어둑한 마을 길을 벗어나서

산책로를 따라 마을이 이어지는 산길을

지났다.


이젠 완전 마을을 벗어날 무렵

그녀는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 미역국, 뭇국, 된장국, 끓여 놨으니

식으면 냉장고에 넣으세요."


" 김 밥 준비해서 식탁에 올려놨으니

아침으로 드세요"


" 잠시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 위해 나갔다 올 거예요.

기다리지 마세요. 돌아오는 날 연락

할게요."


그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 나 지금 집에 없는데..."


" 집에 돌아오면 곧장 넣어요. 좀 늦어도 괜찮을 거예요."


" 지금 어딘데? 내가 태워다 줄게

거기서 기다려 , 어디야 ~ 말해 봐"


그녀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타박타박 걷는 그녀는

가벼울 줄 알았던 가방의 무게를 느끼며


" 내가 개고생 길을 택했나?.

그래도 한 번쯤은 여행 삼아할 만하겠지?."


스스로 위로하고 마음 다독이며 마을 농로를 따라 찻길을 향해 걸었다.




해가 뜨지 않는 이른 2월 중순의 아침시간

자동차의 라이트가 길을 비추며 가까이

온다. 그녀는 자동차를 비켜 길 옆으로

바짝 붙여 걸었다.


갑자기 차가 멈춰 섰다.

순간 맘속으로 "혹시 그이?"


그녀는 감각적으로 뒤따라 그녀를

찾으러 나온 남편일 거라는 생각에

멈춰 섰다.


승용차 운전석의 문이 열렸다.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정류장까지 대려다 줄 테니 타~!"


대답이 없는 그녀를 향해 세 차례

반복해서 말을 했다.


그녀는 못 이긴 채 뒷 좌석에 타려다

조수석에 앉았다.


한참 달리다 그녀가 말했다.

"소재지 정류소에 내려 줘요."

정류소를 지나친다.


읍내 터미널에 내려 줄려나 보다 했다.


읍내 터미널이 가까워 왔다.

굴다리를 건너기 직전 그녀는 남편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아이들에게 전화하지 말아요.

쪽팔려서 아이들 집에는 가지 않을

거예요. 당분간 찾지 말아요.

나를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싶어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그녀의 남편은

말없이 핸들을 꺾는다.


" 터미널은 직진으로 가야 하잖아 ~!"


묵묵부답으로 터미널로 향하는 길을

한 번 더 벗어나 목포 쪽 이정표를 따라

운전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침묵이 시간이 되어

흘러갔다.


이정표가 자꾸 바뀐다.


해남 --> 진도--> 해남-->

"목포로 가는가?"


그녀는 잠깐이었지만

낭만적인 시나리오를 뇌리에 쓰고 있었다.




"어? 이게 뭐야 ~?!"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익숙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그렸던 낭만적인 무대는

어디로 사라지고...


그녀는 그에게 질문한다.


"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야?"

... 집으로 가는 거야?"


지극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것도

아주 짤막한... " 응!"


순간 그녀는 기분이 다시 한번 다운

되었다.


약간 화가 나고 존심이 상했다.


" 직진하지 말고 바닷가가 보이는

길로 가요."


말없이 우회전하여 바다가 있는 쪽으로

향하는 그녀의 남편이다.



한참을 달렸다.

구름사이로 찬란한 아침 햇살이 수평선

위로 떠올라 있었다. 바닷물은 보이지 않고 갯벌 위로 빛이 미끄럼을 타듯 그녀 앞으로 달려와 그녀와 마주쳤다



승용차에서 내린 그녀는

본능적으로 사진을 연발 찍어댄다.


" 아~! 아름다워~ "


그녀의 마음에 봄바람이 불어온다.

얼음장 밑으로 물이 흐르고,

이내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난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승용차 안에서

스마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무드 없는 남편/ 머드팩한 고니


" 꺄 륵...! 파드닥 파닥파닥 철퍼덕!"


갯벌에 착륙하다 미끄러진 고니



"무슨 소리인가?" 그녀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고니 한 마리가 아무도 없이 홀로 남아

비행을 시도하려다 갯벌 위로 미끌어 떨어진 소리라 짐작되었다.


갯가에 나온 아녀자 한분이 소형오토바이에 뭔가를 싣고

' 다타따따따' 소음과 함께

사라졌다.


"하얀 백조야! 어찌하다 갯벌로 진탕

머드마사지를 하였냐? "


백조는 더 이상 백조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홀로 떨어져 외롭고 추워

보였다.

백조(고니)를 향해 바라보던 그녀의

눈길은 고니에게서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바라다본다.


처량한 고니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 아~! 가정을 떠나 방황하고

가족을 멀리 떠나면 저런 개고생을

하겠구나..!"


그녀는 승용차 안에 앉아서 스마폰을

열어서 보고 있는 그를 바라다본다.


아침 해는 중천에 떠오르고 허기질

시간인데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 무드 없는 사람 ~! "


어느 조용한 카페에라도 찾아가

찻잔을 기울이며 얘기해도 좋을 텐데

집으로 곧장 향하려는 그의 마음은 무엇으로 어찌 되어 있는가 그녀는 남편이 몹시

섭섭하고 못마땅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하기로 작정했다


그녀의 남편은 언제나 그렇다.

분위기 있는 가페에서 차를 마시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것 낭비라 생각한다.

근검절약의 달인이다.


이번에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타이밍이 찾아왔는데

그녀는 마음이 아직도 편치 않다.





브런치와 블로그 글쓰기에 빠진

아내에게 불편한 심기를 들어내자 간섭이

심하다 아니다 말씨름 하다 일어난 가출사건

지난 2025년 2월 어느날 의 이야기이다





고린도전서 13:5-7, 9 RNKSV

[5]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6]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


[7]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


[9]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