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그리다 Jul 27. 2023

거미의 꿈

푸른 밤 달을 향하여

Photo by 꿈그리다

꿈 많은 거미가 있습니다.

거미는 항상 달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언젠가는 꼭! 달을 만나러 가보겠어."

신비로운 빛과 변화로운 달의 모습은 늘 거미에게

설레임을 주었습니다.

주위의 많은 거미들이 말합니다.

"허튼 꿈꾸지 마! 거미가 무슨 달을 만나냐? 열심히 거미줄 짓는 연습 해서 맛난 음식 먹고 배부르면 그게 행복한 거지."

하지만 거미는 아무리 거미줄을 이리저리 다른 방법으로 지어도 보고, 맛나고 다양한 먹이도 먹어봤지만 여전히 속은 채워지지 않고 더욱 헛헛해져가기만 했습니다.

그때마다 거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달님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달님, 내 생애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꼭 달님을 만나고 싶어요." 하지만 거미의 이야기를 들은  달님은 그저 빙그레 웃을 뿐입니다.

다른 거미 친구들처럼 거미줄로 집을 짓기를 반복하다가 '꿈꾸는 거미'는 생각했습니다.

"매일 이렇게 멀리서 거미그물만 만들고 있는데

어떻게 달님을 만나?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순 없어!

당장! 오늘부터라도 달님을 만날 방법을 시도해 봐야겠어." 그날부터 거미는 거미집을 짓지 않고 달님을 향하여 올라가는 줄을 늘이기 시작했습니다.

영차영차, 주르륵!

오르고 싶은 하늘이 까마득하게 멀기만 합니다.

오르고, 떨어지고

오르고, 또 떨어지고

주변의 거미들이 웃음을 쳤습니다.

"거미가 거미줄이나 근사하게 잘 치며 살면 그만인 것을 왜 저런 고생을 사서 한담!"

"그러게, 하늘의 달은 여기서 멀찌감치 봐도 이리 훤하게 잘 보이는데 말이야.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네."  

계속 오르다 주르륵 미끄러지는 거미는 너무 속상했습니다. '다른 거미들과 나는 왜? 다른 꿈을 꾸고 있지? 하필 왜 저리 먼 달님이 자꾸 내 마음속에 요동치는 거지?' 슬펐습니다.

달님을 향해 끝없이 거미줄을 늘이고 있지만 늘 제자리에 있는 거미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습니다. '난 그냥 거미일 뿐인데 오르지 못할 하늘을 왜 자꾸 쳐다보는 거야. 거미의 인생과 달이 무슨 상관이라고.'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점점 지쳐가는던 거미는 달을 보겠다는 그런 꿈을 이제는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산밑으로 저녁해가 질 무렵이었습니다. 먼 나라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바람이 거미에게 말을 겁니다.

 "거미야, 포기하지 마! 넌 꼭 할 수 있어! 나는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달을 만나겠다는 꿈을 꾸는 거미는 오직 너 하나뿐이야. 너는 세상에 유일무이한 꿈 꾸는 거미야! 분명 네 꿈을 이룰 수 있어!"

꿈꾸는 거미는 바람의 말에 힘을 내어 다시 부지런히 입과 발을 움직여 조금씩 조금씩 달에게로 가까워져 갔습니다.

까마득하게만 보이는 저 하늘 끝 달님이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조심히 거미줄로 넓고 기다랗게 하늘을 향해 길을 냅니다. 자주 떨어지다 보니 빨리 다시 시작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푸른 밤입니다. 짙은 어둠이 찾아오니 달빛은 더욱 눈이 부십니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달

조금만 더 힘을 내! 숨죽여 꿈꾸는 거미를 지켜보던 나뭇잎들이 응원합니다.

꿈꾸는 거미는 쉬지 않고 열심히 달을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합니다!


드디어!

꿈꾸는 거미는 그토록 소망하던 달님을 만났습니다. 거미가 무슨 꿈을 꾸냐고 빈정대고 수군거리던 모든 거미들에게 '꿈꾸는 거미'가 크게 외칩니다.

"얘들아! 드디어!

내가 달님을 만났어!

오래 걸렸지만 결국 달님을 만났어!"

흐뭇한 바람이 거미의 외침을 저 멀리 다른 거미들에게 전합니다. 바람은 '꿈꾸는 거미'의 이야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세상 반대편 거미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스르륵 하늘 길을 미끄러져 나갑니다.

'꿈꾸는 거미'는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행복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은 거미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냅니다.

달을 꼬옥 안은 거미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꿈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분명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꿈이 비슷하겠지요. 이때쯤이면, 결혼을 하고 내 집장만하고, 또 이 나이쯤엔 이 정도 차는 타줘야 하고. 우리의 아이들도 이런 모습으로 또 살아가겠지요? 해 질 무렵 마당에서 거미가 열심히 위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요. 편히 거미줄 쳐놓고 먹이감을 기다리지 왜 저리 움직일까? 한참을 봤는데 같은 움직임을 반복합니다. (저녁노을을 보러 나갔다가  거미를 이리 쳐다보는사이에 훌쩍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한참을 반복해서 허공에서 허우적 거리는 이 거미를 보며 왠지 모르게 기특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응원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른 밤 달을 만나러 가는 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카메라 버튼을 눌렀네요. 마지막 달을 품은 거미의 모습이 저에게는 해피엔딩으로 보여요. ㅎㅎ(똑같은 곳을 바라보며 경쟁하고 1등, 2등, 3등을 가르기보다 자신만의 꿈을 꾸며 각각의 분야에서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덤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