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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Oct 03. 2024

짙은 밤이 그린 수묵화

가을밤 산책

photo by 꿈그리다

어둑해진 길을, 오랜지기 친구와 걷습니다.

타박타박

멈칫!

같은 장소에서 발걸음을 멈춥니다.

아무 말없어 고개를 들어 서로의 눈을 쳐다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눈빛

씨익 서로를 보고 웃어줍니다.

"너도?" "응,나도!"


둘은 풀그림자를 이리 보고,저리보며

이렇게

한참을 달빛 그림자 앞에서 감탄하며 서있습니다.

"참, 예쁘다."

"정말, 선이 곱네."

누군가에게는 이름 없는 잡초에 지나지 않을 초록이들

뜨거운 여름 내내 긴 목마름을 어찌 견뎌냈을까?

잡초라서 견디기 쉬웠을까?

예쁜 꽃으로

화려한 색상으로 주목받지도 못하는

이름 모를 잡초들

바랭이

소리쟁이

강아지풀

여뀌... 방동사니

하나씩 눈에 곱게 담아 봅니다.

초록색이 보이지 않는 까만 밤에 이토록 고운 선으로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렸네요.

길고 뾰족한 선, 동그란 잎, 짱달막하게 쏙 얼굴을 내민 잡초들

이름을 몰라 불러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여름의 푸르름을 짙은 땅그림자로

다시 그린 잡초

가을의 그림도 예쁘게 그려주길...

소리쟁이의 여름과 가을이 함께 나란히
함께 걸으며 자연관찰을 즐기는 오랜 벗이 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향기와 풍경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그녀가 있어서 참 감사한 가을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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