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림과 각성 사이
몇 날 밤을 지새워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시간을 건너도
나는 ‘졸리다’는 감정을 잘 몰랐다.
낮잠이라는 것도, 꾸벅꾸벅 조는 일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다.
TV를 보다 잠깐 눈을 붙이고,
책을 읽다 고개가 떨어진다.
봄이 와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도 이제 쉰을 넘긴 나이가 되어서일까.
어릴 적,
라디오를 틀어놓고 주무시던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조용히 라디오를 끄면
“나 듣고 있다”라고 말씀하시던 그 말이
그땐 이해되지 않았다.
아버지도 그랬다.
TV를 켜둔 채 잠드신 줄 알고
몰래 전원을 끄면
“나 보고 있다”라고 하시던 그 말.
이제야,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요즘의 졸림은
단순히 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하루를 버텨낸 몸과 마음이
서서히 보내는 신호 같아서.
30분 일찍 일어나는 일이
이렇게 큰 일일 줄은 몰랐다.
아직은 새벽 공기가 차갑고
이불 밖으로 나오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도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현관문을 살짝 연다.
새벽 공기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맑음을
아무 조건 없이 건네준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내가 굳이 이렇게 일찍 일어나려는 이유는 뭘까.
하루를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서일까,
새벽 공기가 좋아서일까,
아니면
‘나는 아직 열심히 살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은 걸까.
마음속에는,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은데
막상 말로 하려 하면,
글로 쓰려 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이 느낌은
또 무엇일까.
그리고 문득,
이렇게 잠들지 못한 밤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