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느끼는 감정의 무게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외롭고 슬픈 일이다.
처음 만난 사람,
모르는 사람,
마트나 길거리에서도
억울한 일이 생기면
나는 화를 내기보다
먼저 사과하거나
괜찮다고 말한다.
그냥 지나쳐버리는 게 편하고
내 마음을 숨기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껴서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미국에 와서 이렇게 화가 난 건 처음이었다.
운동 센터에서 이유 없이
무시를 당했을 때조차
나는 “sorry”라는 말로
모든 걸 넘겼는데, 오늘은 달랐다.
아마도, 더는 참을 수 없는
감정의 한계였던 것 같다.
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마음이 닿지 않으면 슬프지만,
다른 나라 언어로는
말조차 전해지지 않는다.
손가락질과 무시 속에서
자존감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분노도 슬픔도 아닌,
그저 작아지는 나만 남는다.
사람들은 말한다.
“미국에 가면 영어 금방 늘 거야.”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영어 많이 늘었지?” 하고 묻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여전히 많고,
같은 한국인들 중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한없이 작아진다.
그래서 나는 계속 시도한다.
새벽에 일어나 원서를 읽고,
앱을 찾아 배우고,
부끄럽지만
어설픈 문장을 외국인에게 던져본다.
영화를 보고,
화상 수업을 듣고,
ESL을 다니고,
1:1 튜터링도 한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어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만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나를 붙잡아 준다.
오늘 유난히 눈물이 많았던 건
지금의 내가 혼자라는 느낌 때문일까.
남편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고,
앞으로도 이 낯선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조용히 무게로 남는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번역기를 쓰면서도
속으로는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유 없이 마음을 주고,
쉽게 믿는다.
그래서 상처도 받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미워하지 못한다.
오늘의 눈물은
아마도
그런 내 마음을
지켜내느라 쌓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울었다.
눈물이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나 보다.
오늘은 정말 슬프다.
하지만,
이 슬픔 덕분에
내가 아직 살아있고,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저 고요히,
조용히,
내 마음 한켠에
오늘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