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예술의 온도

_따뜻한 사람이 되는 게 먼저

by 조안나

등교 배웅￵과 하교 마중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작지￶만 큰 행복이다. 딸아이와 재잘재잘 이야기하면서 걷는 일은

지금 하지 않으면 만끽할 수 없는 일이기에 꼭 챙겨서 한다. 집에서 학교 가는 길은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삭막한 주택가를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는 지름길과 길고도 완만한 경사가 일품인 벚나무 가로수길이다.


등교 배웅 때는 주택가 지름길로 가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며 간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어디선가 다급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손바닥보다 작은 고양이가

구석진 곳￷에서 울고 있었다. 그 옆에는 누군가가 던져둔 듯한 쌀 포대가 놓여 있었다. 아마 구조하기엔 너무 깊어 못 들어가니 종이 포대 안에 들어가서라도 비를 피하라는 의미 같았다. 막상 아기 고양이까지 보고나니 딸아이가 구조해야 한다면서 학교에 갈 생각을 안 한다. 나 역시도 진입이 어려워 선뜻 구하지 못하고 쌀 포대 자루만 던져 준 누군가와 같은 심정이 되자 서글픔이 올라왔다. 죽게 내버려 두기는 싫었다.


“엄마가 구할 테니 너는 일단 학교에 가자.”


그렇게 말하고 사다리 있는 집을 찾아다닌 끝에 고양이를 구조했다. 집에 와서 보니 목을 가누지 못했다. 흔들거리며 제자리 걸음만 했다. 학교에서 온종일 아기 고양이 생각만 했다면서 집에 온 딸아이가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고양이 분유를 젖병에 타서 먹이니 할짝할짝 먹긴 하지만 건강한 아기 고양이들처럼 적극적으로 쭉쭉 빨지 못했다.


“착하지. 아기 냥아, 많이 먹자. 어서 먹자.”


돌봄에 대한 것을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아픈 아기 고양이에 관심을 쏟￱는 그 모습을 나는 계속 관찰했다. 다음날 등교할 때 어제 구조된 장소로 가보았다. 그런데 그 위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거였다. 그제야 그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7미터는 되어 보였다. 나는 그 집의 주인분에게 부탁을 드리러 초인종을 눌렀고 길고양이들이 달갑지 않은 주인은 내가 부탁하는 것조차 불편한 눈치였다. 임시 칸막이로 외곽을 막지 않으면 다른 고양이도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떨어지지 않도록 판자로라도 막아주세요. 부탁드려요. 어르신.”


남의 집 정원에 새￵끼를 낳은 길고양이 가족에 대해 당신이 무슨 상관이오 해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지만 이미 태어난 생명들이 불구로 살아가지 않도록 애써주는 인간애를 일깨우는 것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내 딸의 글썽거리는 눈빛을 지울 수 없어 용기를 냈다. 누군가는 내 부탁이 무례했다는 또는 선을 넘었다는 말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내 부탁이 불편하다면 그런 무관심은 훗날 인간의 생명까지도 등한시하는 분위기로 만드는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딸아이가 보여준 따뜻함은 빛이 났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내 딸도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구나. 아직 가르치지도 않은 것인데 스스로 행하니 대견했다. 문득 딸아이가 이런 마음과 철학을 간직한 채 그림을 그린다면 세상은 어떤 에너지로 가득하게 될까? 상상만 해도 따스하다.


예술이 우리의 삶에 주는 온도란...


추락￴한 아기 고양이를 구조한 날로부터 구조에 대한 이야기와 착한 사마리아 사람에 대한 성경의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다음 등교하는 날 불편함을 드러내던 집주인 아저씨가 담벼락 바깥쪽을 벽돌로 막아 둔 것을 보고 감격하며 기뻐했다.


“엄마, 나무판자가 아니라 묵직한 벽돌로 막아주셨어. 와!”

“어르신 역시 최고!”


학교 끝나면 학원 가기 바쁘고 놀기 바쁜 아이들과는 달리 우리는 다른 일로 바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목은 여전히 흔들거렸지만 어느 때보다 더 또랑또랑한 눈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뒤에 생각한 거지￶만 그 모습이 우리를 향한 고마움의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


#엄마표집미술로미술좋아하는아이로이끄는과정 #길고양이구조 #아기고양이임시보호

#부족하지만조금특별한

#블랑블루아트페어최연소초대작가 #디자이너화가를꿈꾸는김서윤어린이

#미술계의아이유김서윤어린이 #김서윤어린이_가톨릭일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