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필요와 불필요를 생각하다
일이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튀어나오는 것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감정들이다. 잠시 멈춰 생각하는 것이 왜 그렇게 잘 안되는지 날것의 감정이 튀어나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상황을 망쳐 놓고 빌런처럼 가버리고 나면 후회가 심하게 밀려온다. 회피와 외면의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숨는다. 전화를 받지 않고 잠적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하지만, 자책감과 콕콕 쪼는듯한 두통에서 벗어나기어렵다.
두통이 심해도 되도록 진통제는 먹지 않고 견뎌보자는 나의 해결법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어서 종일 잠을 자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 같은 잠을 자기는 매우 어려웠고 때가 되면 눈이 떠졌다. 저절로 눈이 떠져 일어나면 조금도 변화된 것 없는 현실 앞에서 절망했다. 간신히 아이들 먹을 것만 해두고 먹지도 않은 채 누워 있다가 잠드는 악순환을 여러 날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운 자리에서 반쯤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보채지도 않고 혼자서 놀고 있는 딸아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사랑 받고 있다는 확신의 감정이 올라왔다. 결혼의 실패, 헌신에 대한 배신, 미래의 삶에 대한 두려움 같은 감정이 너무나 거대해서 놓치고 있던 것을 보게 된 것이었다.
저 작은 아이로부터 받는 배려, 이해, 존중, 사랑을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우울감에 침잠해 있느라 빠져 나오기가 어려웠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오랜 기간 우울감에 시달릴 때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을 하라고 권한다. 누워만 있었다면 앉아 있는 것이고 집 안에만 오래 있었다면 집 밖에 나가는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서 노는 딸아이를 꼭 안고 오래 있었다. 엄마 품에 안기고 싶어 했던 마음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두근거린다. 엄마가 일어나 움직이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그 무렵 아이는 그림을 그리면 늘 예외 없이 엄마와 자신을 그렸다. 얼마나 함께 하자고 조르고 싶었을까. 나를 일으켜 움직이게 한 것은 딸아이의 배려와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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