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 휴지통에서 건진 그림

_행운의 그림

by 조안나

운명적인 이라는 말을 꼭 붙여야 할 때가 있다. 이 그림을 말할 때 나는 운명적으로 만났다는 말을 덧붙인다. 2019년 어느 날 애들 아빠가 아이들을 만나러 오는 날 나는 서울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육지에 간다. 딸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잠도 잘 못 잘 만큼 어렸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파서 며칠 갔다가 다시 올 거라고 안정을 시킨 뒤 손수 칼로 깎아 준 연필을 가지런히 담아 놓은 필통을 안겨 주었다. 연필은 엄마의 부재를 극복하게 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사흘 정도 집을 비운 터라 제일 먼저 집에 돌아오면 청소를 하는데 플라스틱, 비닐, 종이팩 등이 분류가 되지않은 채 꽉 차 있었다. 아무리 귀찮아도 이렇게 마구잡이로 버려진 것을 보면 꼭 제대로 해야 마음이 편해져서 휴지통을 뒤엎었다. 바로 그때 8절 도화지가 구겨진 채로 섞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펼쳐보고 싶어 펼쳐보니 과연 보물 같은 그림이었다. 서툰 선으로 그린 요정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런 그림이 버려질 뻔했다가 구조되었다는 사실에 환호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선한 마음 덕에 이런 보물을 찾게 하다니 알렐루야! 하느님 감사합니다, 가 절로 나왔다.


“어? 왜 집을 거꾸로 그렸지?”

“아니야. 이렇게야.”


전깃줄에 매달려 거꾸로 다니는 요정들의 신발엔 자석이 달려 있고 마을 산책을 하는 거라￳고 했다. (동심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른은 참 많았다.) 아이들 할머니가 뒷장의 낙서만 보고 버리는 종이인 줄 아셨던 모양이다. 휴지통을 뒤져서까지 분리배출 하려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독특한 사람 말고는. 이 그림을 건져 내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 잃었던 양 한 마리를 찾았을때 예수님의 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약간 과장된 표현을 하자면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심정으로 단 한 개의 플라스틱이라도 소각되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휴지통을 뒤졌기에 얻￲을 수 있었던 이 그림과의 만남은 선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만 주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성경에서­ 잃었던 아들이 되돌아 와서 너무 기쁜 나머지 잔치를 벌인 것처럼 소각될 뻔한 그림 한 장을 되찾은 기념으로 직사각형의 마그넷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정갈한 선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선은 동심 가득 담긴 그림으로 만들어 주었다. 보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미소를 주기에 충분했다. 선물로 사고 싶는 말씀도 하셨다. 다섯 살 아이가 그린 요정들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비폭력 대화 관련 문구를 캘리그라￳피로 적어서 비폭력 대화 마그넷도 만들었고 학생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훗날 딸아이가 그린 일러스트 작품으로 굿즈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휴지통에서 운명적으로 건져낸 이 작품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그전까지 그림작품을 굿즈로 만들어 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일어나는 일을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만든 아주 특별한 일화다.



#엄마표집미술로미술좋아하는아이로이끄는과정

#부족하지만조금특별한

#블랑블루아트페어최연소초대작가 #디자이너화가를꿈꾸는김서윤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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