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 누리고 돌보고 가꾸는 일

_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마음으로

by 조안나

나는 자주 내가 왜 사는지 묻는다. 에너지가 바닥을 보이고 기댈 곳이 하나 없을 때 그런 물음이 생긴다.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고 있다 보면 조금도 변하려 하지 않고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 가족들이 떠오른다.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혼자서만 해결책을 찾으려 애를 쓰는 내 모습도 보인다. 막막해서 눈물만 나온다.


한바탕 울고 나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겹쳐지고 그동안 나를 못 돌보고 살았음을 알게 된다. 자기연민에 빠진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나쁜 건가? 자기 자신을 충분히 애도한 사람만이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갈 수있다. 성당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한바탕 눈물을 다 쏟고 나면 온 몸이 홀가분해져서­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심장 언저리가 따뜻해지￶고 경직된 어깨에 힘이 빠지며 품에 안겨 있는 듯하다. 충분히 공감받았다는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믿는 이들만이 이해할 그 느낌이지만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자기 공감 정도로 설명하면 좋을까? 자기 공감은 자신이 자신의 삶과 자신의감정을 공감해 주는 것이다.

지금, 나는 여기에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가. 남을 위해 더 살았던 것 같은데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었지?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살아온 삶이 헛수고라고 후회되지 않는다.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의 보람을주었을 테니까. 그러나 이제는 자신도 좀 챙기고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누릴 수 있는것들을 찬찬히 찾아본다. 초록은 빨강이 될 수 없듯이 나의 많은 선택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찾고 누리려 한다.


근사한 장소나 맛있는 음식들만 향유의 대상이라고 인식하지만 내가 누리는 향유는 그런 물질적인 것 너머에서­ 찾고 싶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찾아오는 혼자만의 시간을 누린다. 매일 시간에 쫓겨 출근하지않는 일을 선택한 것은 많이 벌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쓰는 삶을 선택하지 않음에 있다.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되는 것이니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추억을 쌓는 일을 촘촘하게 누리고 싶다. 언젠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어떤 방송에서 유치원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엄마가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좋을 어린아이가 기가 막힌 말을 하고 있어서 끝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았는데 그 말은 부모가 가난하면 추억을 만들 수 없고 불행하다는 이야기다. 사회를 보는 어른들도 그 아이의 발칙한 발언이 재미있다는 반응이지 아무도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 듯했다.


요즘 몇몇 아이들은 돈이 있어야 추억도 만드는 걸로 배우고 자라는구나.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 부모와의 추억을 상기할 때 어디에 갔고 얼마짜리 어떤 음식을 먹었다는 것으로 향수에 젖을까? 부모가 가난하면 추억을 만들 수도 없고 행복할 수 없다는 그 생각은 결핍을 인내하는 마음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기형적인 현상 같기만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믿는 자식에게 부응하기 위해 부모는 이제 대출을 받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부모는 더 많은 일을 하여 메이커 옷과 음식을 사줘야 할지도모른다.


자녀에게 최고의 혜택을 주고 싶다는 부모의 열정이 자녀를 병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은 물질을 기억하기보다 감정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존재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데엔 물질이 절대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아이들은 그 유치원 아이들처럼 생각하지 않아서 고마웠다. 엄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쿠키를 만들어 먹을 때나 이야기를 나눌 때가 행복하다고 말해주는 딸아이가 정말 고맙다. 삶의 문제들에 치여서 누릴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초연하게 바라보는 것도 누려 볼 만하다. 그동안 너무 가깝게 애면글면 바라보고 있지 않았는가.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미세하게 찾고 애정을 갖고 돌보며 살고 싶다. 도래하지 않은 걱정들은 내려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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