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 엄마 사랑해, 도돌이표

by 조안나

점심으로 라면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으려던 찰나였다. 학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무슨 상황인가 겁이 덜컥 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고 믿어지￶지 않는 소식을 들었다.


“서윤이가 눈 맞춤도 안 되고 의식이 없어요. 빨리 와보세요.”

제주도에 사는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처음 간 병원에선 검사를 다 해보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제주시에 있는 더 큰 병원으로 옮겨 갈 때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딸아이가 숨을 쉬지 못해 기관삽관 한 채로 숨을 쉬어야 하는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에게 딸아이는 많은 의미가 있는 아이였다. 오래전 내게 상의 없이 합가를 결정한 그와 갈등이 있던 무렵

임신 초기인 나는 유산한지도 모르고 한 달가량 지냈었다. 수술받는 날 혼자 병원으로 가면서 슬픔과 미안함에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다시 내게로 와달라는 기도만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해만 바꿔 같은 날에 출산하였으니 어찌 다시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느님 왜 그러시나요? 저에게 힘이 되어 주는 딸입니다. 이 시련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세요.”


혼자 양육해 온 엄마의 어려움에 대해 모르는 아들 때문에 섭섭함과 어려움이 깊어지고 속상￳한 일이 많았던 터라 힘들어 하던 엄마 모습을 보면서 늘 위로해 주던 딸이 고마웠다. 내가 어렸을 때 힘든 엄￶마 모습을 보면서 속 깊은 딸이 되었던 것처럼 딸아이도 똑같았다. 그렇게 힘이 되는 딸아이가 영문도 모르는 일로 중환자실에 누워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는 것이 꿈 같았다.


첫아이도 태어나면서 선천적으로 아데노이드 비대증을 앓고 있어서 코로 숨을 쉬기 어려워 늘 입을 벌리고 숨을 쉬었다. 잦은 호흡기질환으로 병원신세를 져야했을 때 그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 곁에 없었다. 그 어려움을 나 혼자 감당해야만 했다. 코감기라도 걸리면 밤에 잘때 무호흡 증상이 생겨서 혹여나 죽을 까봐 밤 보초를 서는 생활을 6년 동안 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아데노이드 비대 수술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그는 큰 병도 아니고 어리기 때문에 전신 마취하는 수￶술을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아이와 밤에 잠을 자면서 돌보는 일은 출근해야 하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아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모르니 엄마의 희￱생과 헌신이 어떠했는지 알지 못하고 사춘기를 지나면서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잠든 시간 깨어나 코밑에 손가락을 대보고 숨이 나오는지 수시로 확인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언제쯤 알게 될까. 투쟁하듯 울부짖은 끝에 아데노이드 비대증 수￶술을 하게 되었고 경과가 좋아서 수술 다음 날 퇴원했다. 아들은 그간 못잔 잠을 보충하기라도 하듯 깨지도 않고 내리 잠만잤었다.

나는 중환자실 앞 의자에 기대어 딸아이를 떠올리며 잠시 그 옛날의 긴박하고 초조한 상황을 떠올렸다. 나에게 두 아이는 말할 것도 없이 소중한 존재들이고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이기도 했다. 자녀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코 앞까지 바짝 다가왔을 때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예외적으로 위급한 상황이라 그에게 알렸다. 그는 병원에 왔다가 밤이 되자 집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다시 혼자가 되어서 기다렸다.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 의자에서 누워 하루를 보냈다. 피곤함이 밀려와도 잠을 잘 수 없었고 하염없이 묵주기도를 드렸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참담한 심경으로 울부짖다가 어느 순간 마음 속에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주님, 원망하지 않겠어요. 조금 일찍 먼저 가 있는 거니까요.”


고통이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고 마음이 담담해졌다. 내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신앙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나를 이끌어 주신 것도 같다. 바로 그 무렵 중환자 실에서 호출이 와서 들어가 보니 오래전부터 깨어 있었단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했다. 환자복 입은 딸을 오래 안고 울었다. 사랑한다고, 엄마 사랑한다고, 내가 듣고 싶었던 그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그림 한 장을 그려 두고 곤히 자고 있었다. 엄마 사랑해, 도돌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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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화가를꿈꾸는김서윤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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