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길고양이 돌봄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나니 고양이 울음소리가 더 잘 들리고 더 자주 보게 된다. 지난번 등굣길에서 만난 추락한 아기 고양이를 구조하고 묻어 준 딸 아이는 보살핌과 애도의 일에 마음을 다했다. 봄과 가을에 어미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는다는 것을 알고는 그즈음만 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다니게 되었다. 이웃에 고양이들에 게 밥을 주고, 다친 고양이를 치료해 주는 선생님이 계신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마주칠 기회도 없고 왕래가 없으니 좋은 일을 하는 분이란 걸 모르고 있다가 지역 카페에 고양이 다섯 마리를 구조하여 도움이 필요하다는 글을 보고 갔다가 알게 되었다. 제주도도 큰 도시인데 알고 보니 바로 옆집에 좋은 일을 하는 분이 살고 계셨다니...
어느 집 정원에 어미가 다섯마리를 낳았는데 아마도 주인이 자신의 정원에 고양이가 있는 걸 원치 않아 아기 고양이를 라면 상자에 담아 길가에 버린 듯해 보인다고 했다. 비 오는 날에 할머니 눈에는 야속하기 그지없어 속상한 마음이 역력해 보였고 그 중 한 마리는 밤사이에 하늘나라에 가버린 상황이었다. 소식을 들은 지역사회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입양해 가겠다고 하고 이제 세 마리만 남은 상태였다.
어미 젖도 못 먹고 쫓겨난 새끼 고양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키워야 하는 엄마 역할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러다 또 죽으면 감당이 될까? 남아 있는 세 마리를 보니 한 마리가 곧 죽을 것처럼 몸이 비틀거리고 약해 보인다. 이왕 데려가 돌볼 거라면 건강한 녀석을 데리고 가자.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데 딸아이가 제일 약한 고양이를 안고는 이 아이를 데리고 가자고 한다. 아니……난감해하는 내 얼굴을 보고는
“우리가 안 데리고 가면 아무도 안 데려갈 거야.”
이말을 그곳에 온 모든 어른들이 듣고 감동과 감탄을 하는 바람에 나는 두 마리를 데리고 왔다. 어미 품을 완전히 떠난 아이들이니 사람 손에서 귀염을 받고 잘 크기를 바라는 마음에 사랑을 듬뿍 주었다. 고양이들은 성장 속도가 빨라서 보름이 지나니 까불고 뛰어놀고 귀여운 짓 을 많이 했다. 단 하루를 키워도 정이 드는데 보름이 지났다. 그렇지만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나는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 마음속으론 고양이의 블랙홀 같은 매력에 빠져들어 에라 모르겠다 키우자 하기를 수백 번 하지만 기침과 콧물과 간지러움으로 피부가 붉어지는 것을 견디기는 어렵다. 행동반경에 좁은 아기 때는 얌전했는데 이젠 컸다고 책장 위를 올라 다니려고 한다. 구조된 아기 고양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여기까지다. 지역 커뮤니티에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집사 구하는글을 올렸다. 오랫동안 집사가 되기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과 통화하고 나서 적합한 분에게 입양을 보냈다. 오실 때 고양이 키울 준비를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준비물을 다 가져와 달라고 부탁하고 입양 후 얼마 동안 고양이 사진을 보내주시기를 요청했다. 나의 요구에 거부 반응이 있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반려했다. 흔쾌히 응하는 분들이 왠지 믿음이 갔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사실 준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 준비도 안 된 이들에게 생명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을까. 그정도를 확인했다고 화를 내거나 불쾌함을 드러내는 사람은 자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딸아이 덕분에 어쩌다 아기 고양이 구조의 일을 소소하게 하는 상황이 되면서 평상시 하지 않았던 생각이나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돌봄의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뭉클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눈을 감고 그 느낌에 집중할 때 얼굴에 퍼지는 간지럽고 따스한 느낌들과 눈언저리가 밝게 물들고 가슴이 벅찬 느낌, 나는 그런 감정을 자주 음미한다. 어떤 대가도 없이 돌보는 행위가 나를 살게 하는구나. 또한 고양이들이 안타깝게죽게 되었을때 나는 죽음도 생각한다. 따뜻한 마음을가진 인간을만나지 못했더라면 차디찬 길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을 생명의 마지막을 나는 정성을 다해 마무리 해준다. 새하얀 종이 가운데 누이고잘 여며서 좋은 곳에 가라는 글과 함께 정원에 묻어 준다. 자신의 뒤를 봐주는 이가 있는 건 다행한 일이다. 매 순간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배우는 것 같다.
고양이 구조에 관심이 많은이웃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고양이들을 위한 소소한 일을 함께하면서 생각지도 않게 고양이 구조와 돌봄에 쓰라고 10만 원도 받았다. 요즘 세상에 모르는 사람에게 돈 만 원도 선뜻 주는 게쉬운 일도 아닌데, 나의 무엇을 보고 큰돈을 주시는지. 돈뿐만 아니라 다니시면서 구조되는 아기 고양이를 자꾸 내게 보내시기도 하지만…… 나는 많이 부족하고 무지한사람인데 내가 좋은 사람처럼 보인 것은 모두 내 딸 아이 덕분인 것 같아 살짝만 숨고 싶다.
"태어나자 마자 아기 고양이들이 길가로 내버려져
죽는 것은 슬픈 일이야.
그런데 아무도 구조하지 않는 일은 더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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