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 길고양이의 기억을 따라서

_우리집은 길고양이 맛집

by 조안나

처음에는 동네 산책으로 시작했던 소소한 일상￳이 배고픈 길고양이들을 향한 연민이 생기면서 사료를 주문하고 임시 보호하는 일로 연결되었다. 모기한테 물려가면서도 고양이 밥 주는 일은 진￸심이었던 딸 아이의 마음을 경계심 많던 고양이도 알아주었는지 어느 날, 한 마리 고양이가 우리 뒤를 따라왔다. 긴 털이 우아한 장모종 고양이였는데 얼마나 도도한 성격을 가졌는지 2년을 함께 살면서도 곁을 주지 않았다. 우리는 크림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크림이가 마당고양이가 된 후로 우리 집은 고양이 맛집이 되었다. 동네에 고양이들이 다 우리집에 한두 번씩 찾아오는 거였다. 그중에 단연 이쁘장한 생김의 흰 고양이가 있었는데 자주 눈에 띄더니 새끼를 밴 거였다. 우리는 짐작했다. 곧 우리 동네에서 제일 예쁜고양이들이 나오겠다고. 정말로 짐작대로 예쁜 고양이를 우리 집에서 출산했다. 물론 보금자리를 어디에 마련했는지는모른다. 그냥 우리는 기도한 대로 고양이 맛집이 되었고 아기고양이까지 볼 수 있으니 그 자체로 설레고 좋았다. 그러던 어느 어린이날이었다.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퍼붓는 날이었다. ‘어린이들 참 복도 없지.’ 속으로 안타까워 하던 때 잠깐의 정적을 틈타 울음소리가 들렸다. 길고양이 습성대로 구석진 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키우다가 폭우가 쏟￱아지면서 자기 새끼들이 위험에 빠지￶자 새끼들을 물어서 현관문 앞 잔디에 데려다 놓아 둔 것이었다. 폭우 속을 뚫고 아기 우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손바닥보다 작은 아기 고양이 세 마리가 비를 쫄딱 맞고 있었다. 우리는 자기 새끼를 구해달라는 의 요청으로 알아듣고 집 안으로 얼른 데리고 와 정성을 다해 돌봤다. 혹여나 손 탈까봐 수건을 감싸 안고 분유를 먹였으나 나중에는 너무 귀여워￶서 손가락으로 쓰다듬다가 더 나중엔……

거실 창 너머로 어미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새끼가 보고 싶고 걱정이 되는 어미 마음은 다 같구나. 일주일이 지나고 새끼들을 크림이에게로 보냈다. 다행히 크림이는 모성이 많은 고양이라서 사람 손 냄새가 조금은 났을 텐데 받아주었다. 나른한 오후 크림이가 데크에 배를 보이고 누워 있으면 새끼 고양이들이 젖을 먹기도 하고 그대로 잠들기도 했다. 고양이들의 성장 시간은 아주 빨랐고 집밖으로 자주나갔다. 그무렵 크림이는 우리 집에서 두 번째로새끼를 가졌다. 2년 남짓 한 시간 동안 크림이는 우리 가족이었다.

딸아이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길고양이가 마당 고양이가 되어 새끼를 낳고 성장하여 독립할 때까지의 발달 과정을 모두 보았다.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를 살펴봤을 때 집에서 돌봤던 아기 고양이였음을 알아보고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기도 했고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과 지냈던 시간을 상기하며 그리워했다. 포획틀 안에 들어간 크림이의 처량한 모습을 볼 때 이게 맞는 건가 싶은 마음도 들었고 어미가 잡힌 그 곳을 떠나지 않는 새끼들도 보았다. 중성화 수술 후 크림이는 집에 오지 않았다. 길고양이의 기억을 따라서 라는 그림은 딸아이가 보고 느낀 감정들을 크림이의 입장에서­ 표현했다. 몸이 축나는 줄도 모르고 새￵끼들을 계속 낳고 힘들어했던 크림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돌아오는 길 딸 아이는 살짝 눈물을 보였다.


“왜 우니? “

“엄마라는 말은 눈물 나게 해서요.”


언젠가 어떤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냐고 질문을 했는데 하느님의 뜻을 알리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었다. 하느님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뜻을 알린다. 하느님의 뜻이 어떤 것일까? 나는 이 그림을통해서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는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길 위의 고양이에게 보였던 한 어린이의 따뜻한 시선이 그림이 되고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준다면 그것이 하느님의 뜻을 알리는 그림이지 않을까?



#엄마표집미술로미술좋아하는아이로이끄는과정 #대한민국미술공모전수상

#부족하지만조금특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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