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에서 내가 엄마를 처음 버린 날도 장을 보고 집에 가는 날이었다.엄마는 집을 나설 때부터 표정이 안 좋았다.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을까, 아니면 내가 뭘 잘못했을까.
집을 나서면서부터 엄마는 내가 따라가기 힘든 속도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엄마보다 키도 작고, 힘도 약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빠르게 걸어봤지만, 걸어서는 엄마를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때 본 엄마의 뒷모습은 걸음걸이만 봐도 화가 잔뜩 난 사람처럼 보였다.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는 발이 매섭고 난폭했다.
걷다가 뛰다가 하며 간신히 엄마를 따라가는데도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을 유지했다. 여전히 아무말 없이 앞만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헐레벌떡 엄마의 등만 보면서 따라가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내가 못 따라가서 길을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저러지? 물론 길을 잃고 미아가 될 정도의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굳이 엄마 옆까지 따라가는 걸 포기하고 적당히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여전히 땀 나도록 부지런히 걷고 뛰어야 하긴 했다.
이때 나는 기분이 상했다기 보다는 궁금했다. 엄마가 어디까지 날 신경 쓰지 않을까. 일부러 장을 보는 엄마 한 발짝 뒤에서 아무 말 없이 따라가기만 했다. 엄마 시야에서 안 보일 정도로. 그래도 눈에 안 보이면 뒤라도 한 번 돌아보지 않을까. 장을 보고 계산할 때까지 엄마는 말도 한마디 없었다. 굳이 뒤를 돌아보는 수고까지 해서 날 찾지 않았다.
나의 궁금증은 물음표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그 물음표가 사라지고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가서 집까지 가는 길은 멀지 않다. 걸어서 20분 남짓이다. 나는 여기서 확실히 테스트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완전히. 아주 멀리 멀어져 봐야지.
내가 원래 걷는 속도로 걸으니 엄마와 멀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해가 저물어 가는 늦은 오후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붐비는 길. 엄마를 시야에서 완전히 놓치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 틈으로 엄마가 사라졌다가 잠시 보이기도 했다. 난폭한 걸음걸이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도 숨겨지지 않았다.
그래도 집까지 가는 길에 한 번은 찾겠지. 적어도 집 도착할 때 쯤에는 알아차리겠지.
아파트 정문을 통과하는 엄마의 뒷판을 봤다.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판도 봤다. 또렷하게.
단 한번을 안 돌아보네..
나의 물음표는 확실한 느낌표가 됐다.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아!
누군가의 뒷 모습이 이렇게나 폭력적일 수 있다는 걸 이때 처음 깨달았다. 이 때의 기억 때문인지는 모르겟지만, 나는 내 아들에게 내 뒷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