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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 냄새 폴폴.

4도 3촌. 처음 심어본 참깨

by 샤이니


처음으로 심어본 참깨.

국산 참깨 씨앗을 이웃분께 부탁해 종이컵 반컵을 얻어 심었다.


땅을 일구고 비닐 멀칭 후 손가락에 잡히지도 않는 참깨를 세알씩 구멍에 넣고 살짝 흙을 덮어주면 참깨 심기 끝이다.

생각보다 쉽게 끝나 남편한테 " 이 정도면 아무것도 아니네 " 뿌듯해하며 커피 한잔 하는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쉬고 있는 우리를 비웃는 듯 어디서 날아왔는지 새 때들이 참깨밭을 헤집으며 식사들을 한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떻게 하늘을 날다 저 작은 눈으로 보인건지 아님 냄새를 맡고 아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 먹고 싶은 만큼 먹으렴.

다시 심으면 되니까.



참깨 꽃과 참깨꽃 그리기


새싹이 나오고 어느새 하얀 꽃을 보여준다.

처음 보는 참깨꽃이다.

꽃이 지면서 씨앗이 맺힐걸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여기까지는 감성에 젖어 다음에 닥칠 힘듦을 몰랐다.


드디어 씨앗이 모습을 드러내며 먼저 나온 애들은 껍질을 터트리고 땅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씨앗이 영글어 터지기 전에 베어주고

비 맞지 않게 처마 밑으로 옮겨 조금씩 묶어 삼각대마냥 세워서 말리란다.

아무리 세워도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쓰러진다.

유튜브 영상을 봐도 안되고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 붙들고 설명을 들어도 세워지질 않더니 어쩌다가 성공했다.

알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로 몇 시간을 실랑이한 게 어이가 없었다.


겨우 세워놓은 깻단 위로 참새와 비둘기때가 날아와 까먹고 앉아있다. 이렇게 2주는 말려야 한다는데 새들이 다 먹으면 어쩌지? 우린 집에 가야 하는데, 머리를 쓰자.

기둥을 세워 비닐로 지붕을 만들어 주고 통풍이 되게 옆은 터 놓았다.

그래도 먹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 마른 참깨는 도리깨로 두드려 타작 후 키질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쉽게 선풍기 바람으로 불순물을 날려 제거해 주고 얼개미로 흙을 털어 내주면 된다.

몇 번의 과정을 거치니 우리가 마트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깨끗한 상품으로 탄생했다.

필요하면 언제든 살 수 있는 농산물이 이렇게 많은 노력과 노동을 필요로 하는지를 미처 몰랐다.




한동안 동네 재래시장에서 볶음 참깨를 사다 먹고 편하게 살았다.

하지만 이젠 내가 수확한 유기농 참깨를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과 집에서 볶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공존한다. 그래도 좋다.

깨 볶는 냄새가 집안에 진동한다.





* 참깨 볶는 법 *

1) 참깨를 씻을 때 떠오르는 쭉정이나 불순물을 조심히 따라 버린다.


2) 물과 함께 흔들면서 체망에 옮겨주는 과정을 흙이나 돌이 없어질 때까지 해준다.


3) 체에 거른 후 물기를 10분 정도 빼준다.


4) 깊이 있는 팬을 중불로 달군후 참깨를 넣고 나무주걱으로 저어서 깨가 톡톡 튀기 시작하고 살짝 갈색빛이 돌면 불을 꺼준다.


5)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아서 식혀주면 끝.

✋️볶은 참깨는 산화되기 쉽고 습기에 약하므로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번거롭지만 소량씩 볶아 신선하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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