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토끼풀에 담긴 추억.

사람사이. 사진 속 추억여행

by 샤이니


5월~7월에 하얀색으로 피는 토끼풀.


어렸을 적엔 길가에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이맘때면 생각나는 토끼풀에 대한 추억은 잊히지 않는다.


무의식 중에 지나치다가 어~ 토끼풀이네 하며 한두 개씩 꺾어 반지와 팔찌를 만들어 나눠 끼고 한바탕 소란스레 동네가 떠나가게 웃다가 이거 끊어지면 우리 우정도 깨지는 거다! 하며 즐거워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우리 아이들 키울 때도 반지, 팔찌, 목걸이까지 만들어 줬던 추억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잊고 살아왔다.


모임에서 1년에 한 번은 코레일 관광개발에서 운행하는 기차여행을 한다. 당일치기나 1박 2일 코스가 대부분인데 올해는 환자들이 생겨 여행길에 나서질 못하고 작년에 다녀왔던 춘천 여행,


산토리니를 시작으로 삼악산 케이블카와 춘천중앙시장을 관광 후, 닭강정도 유명하지만 흔한 음식이니 먹지 말자며 매운 돼지갈비찜을 먹었던 사진들을 꺼내놓고 환자들이 왜 생긴 거야? 놀러도 못 가게 하며 걱정스러운 푸념들을 늘어놓는다.


식사 후 작년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그중에 유난히 눈에 들어온 사진이 토끼풀로 만들어 나눠 낀 반지와 팔찌다. 서로 만들어 끼워주며 넌 팔뚝이 왜 이리 굵어? 그래 내 팔뚝 굵은데 보태준 거 있어? 하며 깔깔거리고 웃었는데 다시 보면서도 똑같은 소릴 하고 웃는 모습들이 천진난만한 영락없는 십 대 소녀들이다. 우리들만의 착각이겠지만~ 다행스러운 건 한 명도 빠짐없이 같이 호응하고 웃을 수 있는 소녀스런 감성이 메말라 있지 않다는 거다.


어느샌가 웃음이 많이 사라진 내 모습에 나도 놀랄 때가 있다. 옆에서 오락프로그램을 보던 애들은 숨이 넘어가게 웃고 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렇게도 재밌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일곱 명 모임에 한 사람도 고향이 겹치지 않고 각기 다른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인데 어린 시절 추억은 다들 비슷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놀이터나 놀이공원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학교 운동장이나 집 앞 골목길이 놀이터였다. 부모님과 여행을 즐기며 살 수 있는 여유도 여건도 안 되는 경제 수준이었으니까.


지금이야 한 자녀 아님 두 자녀 가족이니 승용차 한 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그 시절엔 여섯 명 내지는 일곱 명의 형제가 보통이었으니 부모님까지 하면 한집에 승용차 두대는 어야 온 가족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어지간한 상류층이 아닌 이상 자가용이라는 단어는 그림의 떡이고 먼 나라 이야기다.


여행은 가슴이 뛸 때 다녀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는 게 아니라며 환자들은 책임지고 빨리들 나아서 가을여행을 가야 한다고 다그친다.


여행을 못 가게 만든 사람 중에 한 명이라서 많이 미안했는데 의도치 않은 사고는 내 책임이 아니라며 너스레를 떨어보지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여행을 못 가게 만든 장본인이니 죄인이라며 카페 가서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로 입막음을 했다.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효력은 통한다.


올해는 힘들고 내년 봄에 여행을 떠나기로 만장일치? 합의를 봤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