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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감기에 좋은 경상도식 콩나물무국.

사람사이. 나를 살린 흔한 식재료.

by 샤이니


초겨울이면 생각나는 흔한 식재료이지만

음식과 동시에 한 사람이 떠오른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얼굴도 잊혀진 분이지만 매년 잊지 않고 그분을 생각하며 찾게 되는 음식이 있다.


낯설고 물설은 땅 강원도 원주로 이사 갔을 때 일이다. 애들은 세 살, 다섯 살로 부모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시기였는데, 남편은 새벽같이 출근하면 퇴근시간이 따로 없다. 아파트 담장을 사이에 두고 근무를 하고 있지만 날마다 12시를 훌쩍 넘기는 게 다반사다. 혼자서 두 아이를 돌보느라 감기몸살이 난 거 같은데 한 달이 지나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밥맛조차 잃은 지 오래다 보니 몸을 가눌 힘조차 없었다.


보다 못한 옆집 선배부인이 고향인 경상도에서 감기나 밥맛없을 때 끊여 먹으면 얼큰하니 속이 개운해진다며 먹어보라고 콩나물뭇국 한 냄비를 가져오셨다. 밥도 한 공기 챙겨 오셨는데 냄새가 입맛을 자극했다. 허구한 날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토가 나서 애들 밥도 한쪽방에서 문을 닫고 먹이고 그 방은 하루 종일 환기하며 지내던 중이었다. 몇 날 며칠을 굶었는데 냄새만으로도 속이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허기짐이었다. 뜨거울 때 먹으면 땀이 쫘~악나고 속이 편안해질 거라며 한 대접 퍼서 밥까지 말아주며 빨리 먹고 기운

차려야 애들 돌볼 거 아니냐며 입에 맞으면 다음에 또 끊여다 줄게 한다. 언제 밥을 못 먹었나 싶게 허겁지겁 한 그릇을 비웠다. 점심 저녁 두 끼를 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기운이 나고 살 거 같았다.


염치불구하고 "나 한번만 더 국 끊여주시면 안될까요?" 하며 돈 드릴께요! 했더니 다음날 아뭇소리없이 한냄비를 끊여 오셨다. 돈 받으려고 한거 아니니 먹고 기운차려 애들이나 잘 챙겨하며 돌아서는 뒷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몸이 아프니 마음도 약해져있는데 친정엄마가 가까이 계셨으면 똑같이 하셨을거란 생각에 한참을 흐느꼈다.


직업 특성상 한 곳에서 1년 아님, 2년을 살다 보니 그때 헤어진 이후엔 만날 기회가 없었다. 지금 같으면 연락처라도 주고받았을 텐데 그땐 그냥 헤어졌나 보다.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는 분이지만 그때 먹었던 국은 나이를 먹어도 잊지 않고 찬바람이 불면 예방 차원에서 자동으로 끊이게 된다. 혹시 이 글을 읽을 행운이 따라준다면 한번 만나 뵐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올해 김장무가 어찌나 단단하게 잘 컸는지 깍두기와 무생채를 해놓고 좋아하는 쇠고기 콩나물뭇국을 끊여봤다. 오늘 저녁 식탁은 완전 무 잔치다. 무가 몸에 좋다니 최대한 음식에 활용해 보자.


쇠고기콩나물뭇국 끊이기.

1) 국거리로 썰어준 쇠고기와 무에 고춧가루. 마늘 약간을 넣은 후 참기름 한 스푼 두르고 볶아준다.(고춧가루는 취향껏)





2) 쌀뜨물이나 없으면 생수를 넣어서 한소끔 끓여준 후 콩나물을 넣고 다시 한번 끓여준다.

3) 양념으로 대파는 조금 많이, 마늘, 국간장, 멸치액젓, 후추로 간을 맞춰주면 된다.

4) 단백질 함량이 1위라는 황태채가 있어서 조금 넣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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