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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끝자락과 겨울 사이.

4도3촌. 따뜻한 남녘의 하늘.

by 샤이니


늦가을 들녘을 바라보면 마음이 풍요롭다.


중부지방은 김장들이 마무리를 지어가는 시기인데 따뜻한 남쪽지방은 이제 시작해서 12월 중순이 지나야 끝이 난다. 대충 먹을 김치는 담갔기에 시골에 다녀오기로 했다.


추워지기 전에 시골집 보일러와 수도, 나무들까지 월동 채비를 해줘야 하기에 내려가는데, 고속도로를 스치는 단풍잎 은행잎들이 너무도 아름답다.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청명한 가을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의 조화는 한 폭의 예술 작품이다. 국도를 달리며 느끼던 예전만큼의 운치는 없지만 그래도 마음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부모님 생전에는 한 달에 두세 번 다니느라 텃밭에 간단한 야채들을 심어 장을 보지 않고 수확해서 먹거리를 해결했었다. 이제는 자주 갈 일이 없다 보니 텃밭에 야채를 심는 수고를 덜기 위해 금년 봄에 과실수로 대체했다. 대추, 사과, 배, 매실, 살구, 모과나무들을 심었다. 내년 봄이 되면 이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여름과 가을엔 알록달록 열매를 맺을걸 상상해 본다. . 주인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그자리에서 열매를 맺고 먹거리를 내주는 단감과 대봉처럼 내가 심은 과실수들도 똑 같겠지?

그러면서 시간도 함께 흘러갈 것이다.


저녁이 되니 반찬거리가 마땅치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텃밭을 살폈더니 대추나무 밑에 튼실한 부추와 밭미나리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는 게 보인다. 아~이래서 옛말에 부자는 망해도 3년은 먹고 살게 있다! 했구나. 라는 말이 생각나 혼자 피식하고 웃는데 뭐가 그리 좋아? 하며 텃밭으로 오는 남편에게 이야길 해주니 참 소소한 곳에서 행복을 느끼네! 한다.


아무것도 없다 했는데 발견한 저녁거리에 내 손은 바빠졌다. 부추전과 미나리초무침에 삼겹살구이로 푸짐한 한상차림이 되었다. 마당 한켠에 장작불 피어놓고 삼겹살 구이를 먹는데 초대하지 않은 손남이 단체로 나타났다, 동네 새끼냥이들이 냄새에 홀려 얌전히 앉아 쳐다보는데 주지 않고는 먹을 수가 없었다. 절반은 손님들이 다 먹은 듯,


다음날 이른 새벽부터 트로트가 온 마을에 흘러 퍼지며 아침을 알린다. 마을 이장님이 주민들에게 안내방송을 하신다. 내년에 사용할 퇴비를 미리 주문하라는 방송이다. 처음 시골집에서 들었을 때엔 너무도 생소한 환경에 적응이 안 되었지만 이젠 들을수록 정겹기까지 하다.


각가정의 애경사도, 어떤날은 뉘 집 자녀가 부모님 생신이어서 마을화관에 음식을 가져왔으니 모두 나오셔서 드시라는 등, 소박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시골 인심에 자연스레 동화되어 간다.


시골집에 오면 대화의 주제는 부모님이고 어렸을 적 이야기를 소환하게 된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음식이야기다. 엄마가 자주 끓여주시던 시큼한 김장김치에 불린 당면을 넣고 계란까지 풀어 넣은 김치찌개가 생각났다. 김치찌개에 당면을? 생소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 부드러운 맛으로 아이들도 좋아한다.





김치찌개를 끓이다가 불린 당면 넣고 마지막에 계란물 풀어주고

진간장 한 스푼 넣어주는 게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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