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이. 산행 후 만들어 먹은 들기름 막국수.
2026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새해 첫날부터 코 끝을 에이는 듯한 강추위다. 창문을 통해 거실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오는 햇살은 추위를 인식하지 못하게 따뜻하다.
새해 안부인사는 죄다 건강 이야기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친구여! 우리 넘어지지 말고 살 자였다. 틀린 말이 아니고 가장 현실적인 나이에 맞는 충고였다. 나이 먹고 넘어져 고관절을 다치면 대부분이 1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불길한 소리가 있다.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 동이 트지 않은 컴컴한 눈밭길을 플래시 불빛에 의존하고 산을 올라 일출을 보곤 했다. 이제는 엄두도 낼 수가 없다. 추위가 누그러지길 기다리며 아점으로 매생이떡국을 끊여 먹고 가까운 산에 올랐다. 건강도 챙기고. 쓸쓸함도 날려버릴 겸.
근데 이게 웬일이람?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거의 한 시간 올라간 거 같다. 평지가 보이나 싶더니 다시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데 내려갈 일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침에 본 카톡 문구가 생각났다. 넘어지지 말고 살자는 말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새해 첫날부터 추운데 산에는 왜 가서 넘어졌냐는 핀잔이 화살처럼 날아오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는 것도 감사히 생각하고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역시나 일찍 포기하길 잘했다 싶다. 마음은 쉽게 오를 거라 의심치 않았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이제 산행은 꿈도 꾸지 말자.
나이를 먹으면 결국 부부만 남는다는 어르신들 이야기가 어느새 우리 일이 되어 버렸다. 정신없이 보냈던 그 많던 모임도 줄어들고, 연말연시면 형제들이 부모님 댁에 다 모였던 일, 자녀들 출가하고 손주들 데리고 와서 북적이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그 아이들이 벌써 대학입시를 앞두다 보니 갈수록 얼굴보기가 힘들어진다.
결혼생활 이후 둘이서 한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새해를 맞은 적이 있었나를 생각해 봤다. 처음 있는 일이다.
왠지 허전함에 둘이 서 브런치카페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중 차 한잔하자고 찾아와 준 수강생 동생들이 고마웠다. 그리고 오전에 인사하고 가겠다며 잠깐 들려준 딸내미 직장선배 언니도 있었다. 그래도 세상을 잘 살고 있나를 느껴본다
둘이서 먹는 저녁 간단하게 들기름 막국수를 만들어 먹자.
들기름 막국수 만들기.
양념장 ; 진간장, 액젓, 들기름
1) 메밀국수를 끓는 물에 7~8분 삶아 찬물에 주무르며 씻어 물기를 빼준다.
2) 묵은 김치를 살짝 씻어 잘게 썬 후 들기름에 버무려 둔다.
3) 구운 김을 비닐팩에 넣어 부수어주고, 참깨도 고소함을 위해 곱게 갈아준다.
4) 쪽파나 대파를 잘게 썰어준다.
5) 삶아놓은 메밀국수에 양념장을 넣고 버무려 그릇에 담은 후, 묵은 김치, 파, 참깨를 고명으로 올려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