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이. 진도산 산모 미역.
미역귀를 아는 Mz 세대가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보고 자랐고 먹어왔기에 잘 알고 있는데 주변에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어린 세대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지인 중에 수협건어물 경매를 오랜 세월 하신 분이 계셨다. 덕분에 비싸고 귀한 산모용 미역을 우리는 싼 가격에 구매해 일 년 내내 저장해 두고 먹을 수 있었다. 한동안은 건강상 이유로 영업을 중단해 사 먹을 수 없었는데 다시 문을 연 덕분에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겼다. 물건이 없는 게 아니니 비싼 가격에는 얼마든지 살 수야 있겠지만 사람 심리가 참 그렇다. 싸게 살 수 있는데 제 가격 주고 사긴 뭔가 덤터기를 쓴 거 같은 생각에 한동안 먹을 수 없었는데 다시 맛볼 수 있어 감사하다.
친정에서 두 아이를 출산하고 엄마가 끓여준 산모미역국을 하루도 빠짐없이 50일 먹게 하셨다. 4월생은 그래도 쌀쌀한 날씨 덕분에 먹을만했는데 6월생 둘째를 출산하고는 날씨가 더워지니 하루 세끼 미역국을 먹는 게 고역이었다. 아무리 맛있고 좋아한다지만 계속 먹는 게 지겨워 엄마! 그만 먹으면 안 돼? 하며 끼니때마다 투정을 부렸다. 생각해 보면 참 철딱서니 없는 소릴했는데 그래도 엄마는 나이 들어가면서 뼈에 바람 들어오는 거 없이 건강하게 살려면 지금 몸을 잘 보호해야 한다며, 그 더위에 가스불 앞에서 한 시간씩 끓여야 하는 산모미역만 고집하고 끓여주셨다. 일반 미역보다 가격도 비싸고 조리 시간도 길었는데 힘들게 만들어 주면 지겹다며 투정이나 부리는 딸이 미웠을 텐데 그걸 다 받아주시며 싫은 내색 한번 없으셨다.
내가 친정엄마에게 받은 만큼 울 며느리에게도 조리원에서 집에 온 이후 열심히 끓여줬더니 어느 순간 어머니 그만 먹으면 안 될까요? 하며 조심스레 물어오는데 예전 내 모습이 생각났다. 그럼 하루에 한 끼만이라도 먹어보자며 합의?를 봤다.
지겨울 만큼 먹었기에 다시는 쳐다보지도 찾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뽀얗게 사골국물처럼 우러난 그 맛이 그리워 다시 끓여 먹고 있었다. 한 번은 동생이 놀러 와서 맛있게 먹기에 가져가서 한번 끓여 먹으라며 열심히 설명해 주며 싸 보냈다. 돌아오는 답은 아무리 끓여도 줄기가 부드러워지질 않고 질겨서 먹을 수가 없었다며 미역이 이상하다 한다. 요즘처럼 줄기보다는 잎사귀만 있는 미역을 쉽게 끊여 먹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한 시간씩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산모용 미역은 무리였나 보다.
한 달째 독감 후유증으로 부대끼며 어떤 음식도 내가 만들면 쓴맛이 나서 먹을 수가 없다. 남이 해준 건 그나마 먹겠는데 그렇다고 외식을 위해 준비하고 나가기도 힘이 든다. 매끼 국이나 찌개를 만들기 힘들어 한꺼번에 끊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을까 싶어 냄비에 한가득 미역국을 끓이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더니 두 식구에 누가 다 먹을 거냐며 한마디 한다. 나도 너무 힘들어 음식 만들기가 싫었지만 까탈스러운 내 입맛에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데 속도 모르고 내뱉는 말에 서운함이 한가득이다. 평소엔 이해심 많다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한두 번 먹고 안 먹을게 뻔한데 그럼 나머지 다 내 차례인가 싶으니 속마음이 튀어나온 거 같다. 어차피 준비했고 끓이는 중이니 맛있게 끓여보자.
산모용 미역으로 미역국 끓이기.
1) 미역을 20분 충분히 물에 불린 후 바락바락 주물러 미끈함과 푸르스름한 물이 빠지게 몇 번 씻어 채반에 받쳐둔다.
2) 쌀뜨물에 미역, 소고기, 황태채를 같이 넣고 20분은 센 불에, 다음은 중불에서 사골국물처럼 뽀얀 국물이 나오면서 줄기가 포근해지면 완성이다.
3) 국간장, 멸치액젓으로 간을 한 후 최소한의 양념으로 마늘, 참기름 약간 넣어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