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MBTI는 뭘까?

MBTI는 계속 변한다.

by 김송윤


요즘 들어서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나오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있다.


“너 MBTI가 뭐야?” 혹은 “너 T 지?", " t발 c야?”


mbti가 유행할 때, 나도 바로 테스트를 해보았다. ESFJ가 나왔다. 친선도모형이라고 했다. 맞는가? 아닌가? 긴가민가 싶어서 각 항목을 살펴보았다.


E는 외향형이고 I는 내향형이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외향형에 가까웠기에 맞는 거 같다며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다음으로 S와 N은 인식기능으로 감각적이냐 직관형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이것도 S와 N이 비슷한 비율로 나왔지만, S가 조금 더 많았다.

그래서 둘을 구분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시험기간에 공부하기 싫을 때 내일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어. 천재지변으로 학교 안 갔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는 게 S이라고 하는데 나랑은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이거 좀 안 맞나 싶었는데, S는 상상력이 풍부해서 쓸데없는 걱정이 많다고 했다. 확신의 나였다.

남편과 결혼 후, 첫 여행을 갔을 때 집 비운다고 이만저만 걱정을 하던 나에게 남편은 '왜 그럴 거면 집을 들고 가자고 하지? 쓸데없는 걱정 그만해.'라고 말했다. 무슨 문제가 생기기 전에 무한대로 상상하고 미리 걱정하는 경향이 있어서 S일 수 있겠다며 넘어갔다.


J와 P 중에는 J가 나왔다. J는 판단형 P는 인식형이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난 J에 가까웠다. 사실 원래 나의 성향이 J였던 건 아니었다. 계획적이냐 즉흥적이냐라고 둘 중에 따지자면 즉흥적인 쪽이었다. 즉흥적으로 약속을 잡고 여행을 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즉흥적인 성향이 가족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바뀌었다.

즉흥적으로 가려고 했던 음식점에 도착했더니 휴무, 고대하던 관광지에 왔다가 임시휴관 등을 몇 번 겪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 나는 여행지가 정해지면, 방문할 곳의 운영시간 휴무유무 등 사전조사를 철저하게 해서 기록해 놓는 J로 바뀌었다.

이런 성향은 작년에 여행할 때 빛을 발했다. 작년 봄에 여행 코스를 짠 대로 고성공룡 당항포 광관지를 방문했었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었다. 분명 휴무는 아니었다. 닫힌 입구에서 홈페이지를 다시 들어가도 아무런 공지가 없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분명 월요일이 휴무였고, 우리가 방문한 건 화요일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월요일이 근로자의 날이라 그날 영업을 하고 그다음 날인 화요일을 쉬게 된 거였다. 박물관 같은 경우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그날 개관을 하고 그 다음날 휴관을 하는데 여기도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내가 여행을 계획할 당시, 홈페이지 그 어디에도 휴무에 관한 설명이 없었다. 여행 코스가 어그러졌다. 아이는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나에게는 대형 에어점핑돔이 있는 수유지 생태공원이란 대안이 있었다. 목적지가 갑자기 바뀌었지만, 아이들은 공원으로 가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다음은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하는 T와 F 사고와 감정. 테스트를 할 때 망설였던 것만큼 둘의 비율이 45 :55로 F가 나왔다. 나도 내가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잘 몰랐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가 mbti를 물었다. 그래서 ESFJ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네가???”

매우 놀란 눈치였다.

“왜?”

“네가 F라고? 넌 T 아니야?”

“음... F던데?”

친구는 믿지 못한 눈치였다.

“그럼 다시 해봐. 잘못 나온 거 같아.”


하지만, 다시 해도 F가 나왔다. 나는 T와 F의 구별 질문지를 살펴보았다.


‘나 오늘 힘들일이 있어서 빵을 샀어.’라고 친구가 말했을 때 왜 힘들었냐고 물으면 F이고 무슨 빵을 샀냐고 물으면 T라고 했다.

사실 나에게 이 질문은 누가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졌다. 내가 F인 걸 믿지 못하는 이 친구가 나에게 힘들어서 빵을 샀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나는 무슨 빵을 샀냐고 물어봤을 것이다. 그 친구는 평소에도 자기 힘든 일을 매우 잘하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자기 힘든 이야기를 잘하지 않거나 힘든 내색을 잘하지 않는 친구가 힘들어서 빵을 샀다고 한다면 당장에 무슨 일 있었어? 왜?라고 물어볼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F냐 T냐 고민하는데,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나에게 넌 확신의 F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친구와 상반된 의견에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까,


“넌 항상 긍정적이고 따뜻한 말만 해주잖아.”


라고 답했다. 아마 이 이야기를 고등학교 친구가 들었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정말 그랬던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에게는 항상 좋은 말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았다. 내가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입체적이고 양면적인 거니까.


결국, mbti가 무엇이든 난 그냥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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