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대구에 본관을 두고 있는 갤러리 신라는
서울에도 분관을 열었죠.
매번 좋은 기획 전시를 개최해 왔는데요,
이번 9월 전시는
관장님의 컬렉션에서 엄선한 작품들을
소개했었습니다.
갤러리 신라의 이광호 관장님은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예술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과
취향을 반영하여 컬렉팅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의 취향에 바탕을 둔
작가 선택이 30년이 지나,
객관성이 중요시될 수밖에 없고,
개인의 취향의 언급이 자제되는 미술사는
언뜻 “취향”을 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광호 관장님이 해오신
30년간의 취향의 축적들은
결국 미술사 또한 개개인들의 취향이 모여
만들어진 어떤 것이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 만큼,
지난 9월의 MR LEE STORAGE PART 2 전시는
단순히 작가분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미적 가치 전달뿐만 아니라,
“미술사 역시 개인 취향의 축적”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는 전시였기에
갤러리 신라에게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9월의 전시에서는
관장님 소장품 중에서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한국 실험미술을 이끈
오리진 그룹과 AG그룹과 관련된
작가님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했습니다.
오리진과 AG그룹의 창립 멤버였던
서승원과 이승조
오리진 그룹의 창립 멤버였던 최명영
AG 그룹의 창립 멤버였던 곽훈을 비롯하여
1970년대부터 조각을 통해
물질 간 새로운 관계성을
실험해오고 있는 심문섭까지
한국 실험 미술의 거장들을 소개했습니다.
다섯 분 모두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죠,
그리고 작품들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서승원 선생님의 <동시성> 연작 초기 작품,
최명영 선생님의 <평면조건> 연작 초기 작품,
심문섭 선생님의 80년대 <목신> 조각 작품,
곽훈 선생님의 <기> 연작 작품,
그리고 이승조 선생님의
80년도 <핵> 연작 작품까지
선생님들의 지난한 노력과 혼이 담긴 작품들이죠.
지금도 여전히 그 연작이 이어지고 있구요.
이 분들과 더불어
현재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박창서 선생님의 작품까지
소개했습니다.
이번 전시 작가들이 결성하였던,
AG그룹은
아방가르드라는 그룹의 이름과 같이
60년대 한국 화단을 장악한 앵포르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성되었습니다.
또한
이전의 미술 동인들과 달리
이일, 오광수와 같은 평론가들 역시
동인으로서 참여하여
더욱 정교하게 전위 미술을 펼쳤습니다.
나아가,
이 시기 한국 화단은 대학교별로 나뉘어
각기 다른 화풍과 노선을 보여주었는데,
AG그룹은
홍익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출신의
작가들이 모여
한국 화단의 앵포르멜이 아닌,
새로운 미술로서의 방향성을 설계하였죠.
이번 전시는
1970년대의 실험 미술을
2022년에 기억하고 되새기려 하는
갤러리 신라의 성격이 돋보였습니다.
미술사를 끊임없이
복기하는 갤러리 신라죠.
앞으로의 전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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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저녁 20:50 - 21:50
갤러리 신라 인스타그램(@gallerysh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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