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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늘과 음악과 영화

음악과 영화, 그리고 나의 하늘

나의 인생과 함께하는 음악,

음악을 듣는다, 느낀다, 즐긴다 라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돌이켜보면 아주 어린 시절 교회 가는 길에 들판을 감싸던 그 교회의 종소리가

논두렁을 넘어 내 마음에 스며든 첫 음악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 소리는 나에게 '소리'가 아닌 '울림'이었고 '멜로디'가 아니라 '아련한 추억'이었다


음악이 나의 가슴을 때리고 머리에 박힌 것은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 영화의 최고 걸작이다

1964년에 개봉되어 우리나라엔 1969년에 개봉되었다는 세계적인 명화인 '사운드 오브 뮤직'.

9살이었던 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리어 부산의 어느 극장에 들어섰다

처음 가보는 영화관의 크기에 놀랐지만

영화 첫 장면의 알프스 산맥의 대자연의 경관과 함께 울려 퍼지는

"The hills are alive with the sound of music..." 커다란 화면과 음악 속에 여주인공이

하나 되는 모습은 정말 어린 소년인 나의 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영화의 배경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고향이다

광활한 알프스의 배경으로 불려진 '도레미 송', 'My Favorite Things' 'sixteen going on seventeen'등

주옥같은 음악들과 영화의 장면 장면은 나의 정서 함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열심히 다녔던 나는 항상 찬송가에 익숙해 있었다

부친이 교회 성가대의 지휘를 하시고 어머니가 피아노 반주를 하셨다

그 모습이 나에겐 자랑이었고 자부심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생부의 성가대를 하기 시작하면 좀 더 교회음악에 친숙하게 되었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어머니가 집에서 아이들 피아노를 가르치며 계셔서 늘 피아노 소리와

함께 했다

집에만 가면 피아노 소리가 들리니 당시는 약간의 짜증도 나긴 했지만

훗날 그때 들었던 피아노 소리가 모차르트고 베토벤이고 쇼팽이었던 것이다


대학3학년 시절에 학회장을 하고 있을 즈음, 봄 축제 기간에 과대항 합창대회가 있었다

학회장이었던 나는 1~2학년 후배들을 모아 우리 과도 합창대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디자인과 특성상 자유로운 영혼들의 많은 터라, 선배 동료들은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후배들만 찾아다니며 어렵게 인원을 모아서 연습을 이끌어야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가 준비했던 곡은 '라쿠카라차'와 '지붕위이 바이올린 영화음악인 선라이즈 선셋' 두 곡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음악을 얼마나 안다고 우리 과 합창단을 가르치고 지휘를 했는지

우습기도 하고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엔 학회장으로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이 오히려 자랑스럽고 서툴지만 열정으로 가득했던 나의 따듯한 계절이었으며

또 다른 나와 음악이 만나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처럼 흐르는 시간,

음악처럼 남는 순간들

국민학교 시절부터 운명처럼 나의 영화인생이 시작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영화광이 되었다

사실 감독이나 작품성을 본 것도 아닌 뭘 알고 보는 게 아니라 무조건 영화 속 세상이 좋았다

홍콩의 무협영화가 판을 치고 미국영화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홍콩배우 왕우부터 이소룡, 장국영 등이 우리나라의 영화팬들을 사로잡았으며

007로 시작하여 람보 등 오락적인 미국영화가 휩쓸던 그 시기에

영화관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학생불가 학생들은 단체관람 외에는 영화관 출입금지였다

티브이 브라운관에서 방영하는 주말의 명화, 토요명화, 명화극장, 일요극장 같은 프로를 통해서

외국 영화를 많이도 보고 아쉬움을 달랬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말의 명화 시그널 음악 '영광의 탈출'이었다

영화는 물론 봤지만 어린 시절이라 내용의 심오함은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되었는데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였다

빠밤~ 빠밤~ 빠 빠 빠 빠바밤~ 지금도 머릿속에 음악이 흘러넘친다

겨울을 사랑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오마샤리프 주연 닥터 지바고 'Lala's Theme ' 메인테마곡은 요즘도 겨울이면 나를 겨울 복판으로 데려간다

대자연의 설원을 마차로 달리는 장면과 함께 그 선율에 취하곤 한다

닥터지바고의 남자 주인공을 보면 나약한 지식인으로 시대에 아픔 속에서 살아간 모습이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보는 듯하다

닥터지바고와 함께 겨울을 부르는 영화와 음악은 러브스토리 'Teame From Love Strory'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 그리고 특이한 대사의 음악으로 뮤지컬 영화의 고전판인 '쉘부르의 우산', 세기의 여인 까뜨린느 드뇌브 주연의 독특한 영화인데 헤어진 연인이 눈 발이 날리는 주유소에서 재회의 순간에 흘러나오는 'I will wait for you'는 시간을 넘어선 약속처럼 음악으로 녹아들어 있다

수많은 영화와 음악이 나의 인생에 늘 함께 해 왔다

얼마 전 작고한 올리비아 뉴튼존 주연의 영화 그리스 'summer night'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영화다

그러나 가장 사랑하는 영화 중 하나인 진 켈리 주연의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g in the rain'은

비 오는 날 우산을 접고 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그 장면, 정말 세기의 명장면이다

가끔 비 오는 날 주위를 둘러보다 아무도 없으면 혼자 흉내를 내보곤 한다

singing in the rain~ singing in the rain~ What a glorious feeling~ I'm happy again..

(다시 행복해지는 영광스러운 기분이다)

비와 함께 음악이 내 몸을 적셔주곤 한다


영화의 소재가 제한적이었던 시절에 국내 제작의 영화는 좋은 명작이 나오기 힘들었다

내가 한국 영화에 매료되었던 첫 번째 영화는 작고하신 곽지균 감독의 '겨울 나그네'란 영화였다

당대의 청춘스타 안성기, 강석우, 이미숙 등이 주연으로 나온 나의 가슴속에 최고의 국산영화였다

남자 주인공이 의과대학을 다니지만 아웃사이더 같은 삶 속에서 첫사랑에 빠지지만 시대의 아픔 속에서

감옥에 간다,

만기 출옥을 한 뒤 첫사랑의 연인 '다혜'를 찾아가는 장면이다 겨울 복판에 옷 깃을 여미고 바람 부는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데 흐르는 음악이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가 흘러나온다

영화 속의 클래식 음악, 내가 본 클래식과 영화의 첫 만남이었고 내 삶의 조각처럼 다가왔다

바그너의 '발퀴레의 비행'이 지옥의 묵시록이란 전쟁영화의 장면을 극적으로 배가 시킨 음악이다

상영할 시에는 몰랐지만 클래식을 좋아하고 들으면서 알게 된 강렬한 긴장감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하는 곡이다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중 하나인 모차르트의 피아협주곡 21번이 있다

아쉽게도 나는 보지못 한 영화지만 '엘비라 마디간'이란 슬픈 사랑이야기, 영화 속에 흐르는 피아노 협주곡,

모차르트의 클라린넷 협주곡 2악장, 피아노협주곡 23번과 함께 하루 종일 들어도 물리지 않는

사랑하는 클래식 곡이다


나는 하늘 보는 남자다

시도 때도 없이 하늘을 본다

맑은 하늘도 흐린 하늘도 파란 하늘도 잿빛 하늘도

먹구름이 해를 가려도, 비가 내리고 눈이 와도 하늘을 본다

한 여름 가을을 기다리며 하늘을 멍하니 볼 때도 있다

아 사랑하는 겨울이 이별을 고하는 구나하고 슬프게 바라볼 때도 있다

매 순간 하늘을 바라보면 음악이 떠오른다

멘델스존의 '한 여름밤의 꿈'처럼 아련한 행복을 느끼기도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처럼 잔잔하게 격렬함도 보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아픈 사랑의 순간도 보인다

밤하늘의 별을 찾다 보면

쇼팽의 '녹턴'이 들린다


영화의 순간을 기억하고, 음악처럼 순수한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그렇게 영화와 하늘과 음악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 순간도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음악에 취한다

'G선상의 아리아'~~~~~~~~~~~~~~~~~


문득 생각한다 내 삶이 다하는 날, 어떤 음악이 나와 함께 마지막 장을 넘겨줄까

나는 바란다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이 잔잔히 흐르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추고 오직 그 선율만이 내 곁에 흘러 그 안에 조용히 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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