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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자리에서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무채색의 자리에서]


일터로 향하는 길목,
구불거리는 한적한 도로 옆
가로수들이 연분홍빛 웃음꽃을 피우고
봄바람에 살랑이는 잎들 사이로
햇살이 반짝이며 춤춘다.

푸른 바다의 잔잔한 물결처럼
구름은 천천히 하늘을 건넌다.


그리고 도착한 이곳,
사무실 창밖의 풍경은 조용하다.
하얀 담벼락과 그 틈새를 비집고 선 정원수,
화단의 키 작은 꽃들이 살며시 고개를 들고
블라인드를 타고 스며든 햇빛은
책상 위에 줄그림자를 그린다.


무채색의 일상 속에서도
숨 쉬는 생명들
그 빛과 그림자 속,
연녹색의 싱그러움은 나를 바라보고,
높은 하늘은
마치 깊은 바다처럼 청량하게 솟아오른다.


이 조용한 풍경에 귀 기울이며

나도 잠시 숨을 쉰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흐르지만

나는 이 자리에 잠시 머물러

빛과 생명들이 건네는 말을

조용히 마음으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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