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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르르르, 쪼르르르 - 그녀의 이름은 천사"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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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아니 아니, 사장님~

매번 나를 부를 때나 전화를 해선 첫마디가 항상 똑같다.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들어온 나를 지칭해 부르는 소리다

그녀를 처음 본 것은 6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어느 날 부친이 아침에 눈을 뜨니 온몸이 마비되어 손 발조차도 움직일 수가 없는 기가 막힌 상황에 부딪혀 몸져 누으시게 되었다. 동갑이신 모친도 남편이 아프니 덩달아 무너지셨다. 부부는 닮는 다더니 이런 안 좋은 일까지 함께 하다니..

부득이하게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처음 부모님을 도와주시려 오셨던 여성 요양사 분은 몇 달 견디지 못하시고 그만두시게 되었다. 일반적인 병간호야 보통사람은 할 수 있지만 80세가 넘은 남자 어르신의 수발을 들고 기저귀까지 갈아 드려야 하는 일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도망치듯 떠나신 그분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두 번째로 오신 요양보호사 님의 첫 만남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작은 키에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가냘픈 체구, 나이는 나보다 두 살이 아래였다

저런 작은 체구에 힘든 일을 감당하실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는데, 일 하시는 모습은 정말 빠릿빠릿하며 강단 있고 열정이 있다

작은 몸짓에서 어쩌면 그렇게 목소리는 크신지 우렁차다 못해 귀가 아플 정도였다

본인은 사명감으로, 봉사의 정신으로 일을 한다고 자부심도 대단하시고

기저귀 갈 때 묻는 대변도 '진흙이다'라고 생각하신단다

성격은 얼마나 괄괄하신지 누구보다 활동적이고 열심히 부모님께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오랫동안 교회에 열심히 다니신 다는 소리를 듣고 처음부터 "집사님"이라고 불러 드렸다.

"또르르르~ 쪼르르르~" 이 말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많은 말들의 앞에 붙는 의성어이다

내가 일을 마치고 대전으로 가려면 "또르르르 가세요~", 심부름을 시키면 "쪼르르르 갔다 올게요"

"아이고 호돌아~ 우리 호돌이~ " 이제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집 식구처럼 하루 2~3번씩 드나들며 일을 하고 계시고 부모님의 딸 뻘이 되는 나이에 친밀감도 생기고 정이 들어 부친을 친금감 있게 부르는 소리다

"호돌아, 아니 아니 어르신!" 자기 기분대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부른다.

연로하시고 몸이 쇠약하신 부모님이 "집사님~"하고 작은 목소리로 부르면 나도 잘 들리는데 큰 소리로 "어 어, 뭐라고?"하고 되묻는다

일찍 오셔서 속옷도 갈아입혀 드려야 하고 기저귀도 갈아야 하고, 식사도 챙겨 드려야 하고, 이것저것 심부름도 하시니 많이 힘드시겠지, 그런데 아무리 친금감 있게 친해졌다 해도 가끔은 듣기 거슬리는 말투가 있다.

다 알면도 부모님께 잘하고 계시니 그냥 아무 소리 안 하고 지켜볼 뿐이다.

한동안 부모님을 모시고 한 달에 몇 번은 한의원에 마비된 몸에 도움이 될까 하고 침을 맞으러 다녔었다

이때 그녀도 동행을 하곤 했는데 병원에 들어서서도 큰 목소리는 변하지 않는다 환자들이 방문으로 조용한 병원 내에 그녀의 등장 만으로 시끌벅적하게 변하니 난 그 모습을 자중시키려 안달이 나곤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도 단점도 가진 양면의 동물인 것처럼 요양사님도 극명하게 갈린다

활동적인 성격이다 보니, 일 하시다가도 수시로 저쪽 방에서 전화로 어딘가 누군가와 통화를 수시로 하신다. 자기 할 일을 서둘러 마치면 또 어디론가 쏜살같이 가신다. 어디서 누가 부르네 저기 또 가봐야 하네, 정신없이 분주하시다.

부모님이 부르실 때는 잘 못 들이시면서 나와 부모님의 대화는 작은 목소리도 어찌 그리 잘 들으시는지, 그건 이러네 저러네 하며 참견하시는 게 오지랖이 정말 보통이 아니다.

누구한테 전화가 왔었다, 어떤 이야기가 있었다는 둥 우리 집 돌아가는 모든 상황을 꿰고 계신다. 이건 그분이 이상한 생각을 가지셨다는 게 절대 아니다 그분의 쾌활한 성격이다.

대전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수시로 전화하고 문자하고 시시콜콜 보고 아닌 보고를 해주신다

"시원하게 대변 치우고 집에 갑니다" "오늘은 밥도 잘 드시고 땀도 조금 줄었어요" 등 등

보호자에 대한 알려줌도 그분의 일 일수 있으나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연락이 오니 약간은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부모님의 병원 약을 대신 타다 드린다거나, 은행 심부름 등 이것저것 밖으로 나다니는 일은 군소리 없이 신나서 쏜살같이 나가신다.

반면 집안일은 정말 하기 싫다는 게 티가 날 정도다. 청소, 음식 만드는 것, 싱크대 정리 같은 집안일은 전혀 관심 밖이다. 물론 전혀 안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내가 부모님 병 간호하러 갈 때마다 화장실 청소며 싱크대 청소며 방 청소까지 대충 한다.

그럼에도 내가 느낀 그녀에 대한 감정은 신뢰다. 정말 양심적이고 착하고 부모님을 진심으로 열심히 도와주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녀의 모자라는 부분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그 부분을 대신 채워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부모님은 그녀를 천사라 생각하신다. 딸처럼 가족처럼,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버렸다

앞으로 얼마나 더 부모님과 함께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건강하길 간절히 바라며 오래도록 곁에 머물러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화면 캡처 2025-04-25 2059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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