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것은 아름답다
무용한 것들도 죽어가기 전에 찬란하다
길가에 버려진 낡은 꽃병
금이 간 유리 조각마저 오후의 햇살에 빛난다
붉은 저녁노을은 뜨겁지 않지만
바라보는 내 마음의 불꽃은 뜨겁고
산 뒤로 떨어지는 그 순간이 아름답다
연필꽂이의 오래된 삼색 볼펜
그 끝의 순간이 다가오지만
그가 준 진한 향기는 아름다웠다
사람도 그렇다
시간이 다한 몸, 닳아버린 마음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넓고 깊은 주름
말라가는 목소리
그러나 눈동자는 여전히 투명하다
죽는다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가장 빛나는 순간을 피워 올리는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끝을 향해 아름답게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