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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것은 아름답다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죽어가는 것은 아름답다



무용한 것들도 죽어가기 전에 찬란하다

길가에 버려진 낡은 꽃병

금이 간 유리 조각마저 오후의 햇살에 빛난다


붉은 저녁노을은 뜨겁지 않지만

바라보는 내 마음의 불꽃은 뜨겁고

산 뒤로 떨어지는 그 순간이 아름답다


연필꽂이의 오래된 삼색 볼펜

그 끝의 순간이 다가오지만

그가 준 진한 향기는 아름다웠다


사람도 그렇다

시간이 다한 몸, 닳아버린 마음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넓고 깊은 주름

말라가는 목소리

그러나 눈동자는 여전히 투명하다


죽는다는 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가장 빛나는 순간을 피워 올리는 일이다


우리는 그렇게

끝을 향해 아름답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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