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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나 사이의 거리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내가 말이야

요즘 모든 것이 힘이 들어, 먹고살기도 힘들고 건강도 예전 같지 않고 하루가 다르게 뭔가 지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단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남자라는 게 여러 가지 관심사 중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거 아냐?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시절이란 게 10.26과 12.12사태를 거치면서 격동의 세월 속에 나의 청춘이 있었잖아 그러니 정치에 무관심하려야 할 수가 없지


사람이란 게 누구나 성향이란 게 모두 다르잖아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인간의 속성이 그런 것처럼 각자가 타고난 방향이 있는 것이거든

물론 살면서 환경이나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변하기도 하지만 말이야


어찌 되었든 나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살아왔고 극심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지금까지 견뎌왔어,

난 말이야, 내 생각은 말이야,

내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고 적극적 참여는 안 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오로지 한 방향의 생각만 가지고 있어, 그게 뭐냐면 말이야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야

난 이미 많은 세월을 살아왔고 경험했고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으니 나의 생각은 오로지

나의 자식들, 우리의 후손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정말 걱정이 되거든

그런데, 모든 세상사가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고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잖아

나의 생각과 모든 사람의 생각이 절대 같을 수가 없지 그러니 내 판단이 틀렸든 맞든 원하지 않은 대로 간단 말이야

그러니 계속해서 정치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까 엄청 피곤하더라고

그래서 정치에 무관심하자, 쳐다보지도 말자,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해주겠지 하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했어,

아이고 며칠 지나니까 머리도 마음도 한결 편해지더라고 얼마나 좋은지 실감하겠던데?


그런데 말이야, 정치에 신경을 끊겠다고 마음먹은 건, 어쩌면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였는지도 모르겠어

정치 관련된 뉴스란게 말이야,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논쟁의 쟁점 자체가 사람을 혐오하게 만들고 있잖아

그래서 나 하나쯤 외면해도 잘 굴러가겠지 하고 태연한 척했거든..

티브이를 보던 포털을 뒤지던 가능하면 정치에 관해서는 비켜가려고 노력했지


그런데 말이야, 이상하게도 자꾸 곁눈질을 하게 되더라고 신경을 끊었는데 왜 눈길이 가는 걸까?

결국 무관심으로는 결코 무심해질 수 없는 일, 그게 바로 정치의 속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정치에 단 맛을 보고 의원 배지라도 한번 달면 사람이 180도 달라진다잖아, 한마디로 웃긴다니까

그래서 내 생각은 정치를 완전 등을 돌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결론이야


정치와 나 사이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 마음을 지키고 눈도 가끔 감아 가면서 말이야

내 삶과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에서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게 결론이야

물론, 대한민국이 잘되길 바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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