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이름

공짜 지하철 티켓을 받아도, 나는 아직 자격 없는 '할아버지

by 대전은하수 고승민

만 육십오 세,
국가는 나를 노인이라 부르지만

나는 아직 미완의 할아버지다.


공짜 지하철 티켓을 쥔 손으로

독감 백신 주사를 맞는다.

노인의 합격 통지서들.


할인받는 기차표를 끊을 때
한 번 더 불려 나간다.
할아버지.


남들이 손주에게 그 이름을 자랑스레 불릴 때
나는 문득 서럽다.
나에게 할아버지는

아직 받아 든 적 없는 훈장이자

이루지 못한 소망이다.


둥지를 떠난 두 딸의 빈자리만큼
손주들은 아직 내 품에 없다.

아직 자격 없는 할아버지 그 이름.


어린 날,
외할아버지의 거친 수염을 쓰다듬던
작은 나의 손.
이제 그 손은
빈 손이 되어
세월의 주름이 쌓여간다.


그래도 나는 기다린다.
딸들의 삶이 먼저,
그들이 스스로 환하게 빛나기를.
그들의 행복이
세상 가장 깊은 뿌리가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작은 손들이 내 손을 꼭 잡는 날
나는 비로소
미완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부를 것이다.

다만, 너무 늦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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