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 새벽일기(산문시 형식)
나는 소라게가 되어간다.
몸보다 큰 껍질을 이고
그것이 집인지
무거운 짐인지도 모른 채
조용히 밤을 옮겨 다닌다.
새벽 세 시 반,
모두가 잠든 시각에 눈을 뜨면
손끝에는
오래된 타자기를 두드리던 감각이 되살아난다.
소리 없는 자판 위로
생각들이 또박또박 찍힌다.
정적 속의 찍히는 생각들,
그 안에서 나는
기억의 극장으로 미끄러진다.
학창 시절,
조조할인 극장을 찾았던 이유는
할인이 아니었다.
텅 빈 객석,
거대한 공간을 혼자 점유하던
그 조용한 만족.
그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잠시 허락된 특권이었다.
지금 나는
뿔 없는 순록이 끄는 마차에 올라탄 기분이다.
어디로 가는지
누구에게 줄 선물이 있는지도 모른 채,
다만
계속 이동 중이라는 사실만이 분명하다.
아침마다 신문을 넘기던
오래된 습관은 사라졌고,
이 계절이 오면
먼저 세상을 떠난
옛 친구들의 얼굴이
그리움으로 떠오른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브,
모레는 아내의 생일.
성탄의 기쁨과 그녀의 탄생이 겹치는 날을
나는
조용한 축복이라 부른다.
소란 대신
작은 진심 하나를
남겨두고 싶어진다.
오지 않는 눈을 기다리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마저
이제는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어느덧
창밖에는 푸르스름한 서광이 번진다.
밤과 아침의 경계,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는 오늘도
내 몫의 껍질을
조심스럽게 고쳐 메고
한 걸음을 옮긴다.
소라게가 집을 옮기듯,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