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또는 눈이 오면 차가운 이성의 세계가 포근한 감성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한곡을 들으면서 시 한잔 하시지요.
전 영 칠
어머니가 손자를 안는다
안기는 건 손자 이전의 집안 내력이고 역사다
줄 줄 우주가 따라오고 있다
에너지와 소립자와 빅뱅과 태초에 인간에게 던졌던 조물주의 질문이 손자의 눈가와 콧등에 얹혀져 어머니의 두 팔에 전달되고 있다 일제하의 만주벌판, 6․25직전의 38선 남하, 사타구니부터 타오르는 시체를 넘어 부산으로 향하는 낡은 필름들이 오버랩 되고, 땟국 절은 포대기 안에서 첫돌을 맞은 딸애가 자고 있다 그 딸의 아들을 안는다
이야기 하나 건지려고
어머니는
술 취한 아버지를 밤새 기다리셨던 걸까
아홉 평 쌀가게 하나로 다섯 식구 목숨 부치던 시절, 누가 훔쳐 갈까 짐자전거 베고 잠든 아버지는 마디마디 자식들을 키워내었다
이야기 하나 건지려고
어머니는 평생
설흔 아홉 번 이사하며
만주, 북한, 부산, 대전, 서울을 오간 것일까
일곱 남매 중
둘을 먼저 보낸 것일까
구십의 나이에도 그저 자식 걱정인 것일까
그 이야기 하나가
어머니의 가녀린 팔을 따라 기울고 있다
머지않아 별이 될 이야기
손자가 어머니 품에서 벙긋거리는 것은
이야기를 먹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26.01.31)
살다보면 이웃에서, 선배에게서, 후배에게서, 동아리 등에서 가족중의 누구와 결별한 사연을 들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돈 때문에, 유산 때문에, 이혼으로, 재혼으로, 장례식장의 부조금 때문에 형제간에 부부간에 부자간에 서로 등 지고 수십년째 손절한 사례는 하늘의 뭇별처럼 많다.
물론 화목한 가정은 훨씬 더 많을 줄 안다.
수십년 등지고 살다가 화해해서 다시 화목한 사이로 돌아선 사례도 본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오랫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가족은 귀하다. 그나마 세상이 이모양으로 유지 되고 있는 것은 부부의 내림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신이 못 다한 사랑을 어머니가 대신 맡아 한다.
근원으로 들어가면 나와 남의 구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내게 속한 가족의 인연은 80억 인류 중에 불과 10여명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가족은 귀하고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