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박수근 작품
비 또는 눈이 오면 차가운 이성의 세계가 포근한 감성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한곡을 들으면서 시 한잔 하시지요.
전 영 칠
강가를 돌아
언젠가 남겼던 이끼 덮인 바위
갈빌 물결들의 수군거림 곁에서
나는 표적을 놓쳐버린
유성 하나를 주워 들었다
조금 더 편안하게
조금은 헤이함 속에서
대화하는 아이들처럼
손끝에 앉아 있는
오랜 앙금으로 가라앉은
백천억 언어들
아내여, 우린 고향이 있었다. 낙숫물에 꿈틀대는 지렁이 동강 내던 남동생, 흐드러진 진달래 꽃잎, 잿빛 투피스의 일백사십일 명 어머니, 부스럼, 장사바위, 도시의 배다른 형님, 새벽열차, 미국을 끝으로 날아든 누이의 편지와 밤하늘 찬란한 별들의 비폭력······
아내여, 바람소리 뒹굴어가며
마을앞길 가린 편백나무숲을 흔들 때
불꽃놀이처럼 터지는
별들은 오늘도 잠들지 않고.
(제4회 무안문학상 당선작)
대학시절, 문학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시를 쓰고 태우고
다시 쓰던 시를 태우고 - 그러던 어느 날 뒤늦게 나는 문학이
존재의미는 돼도 나의 구원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참 늦되는 사람이다.
인연의 톱니바퀴 속에서 전생의 업을 벗기 위해 살던 나날 중,
전남 무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한국문인협회 무안지부'라는 간판을 보았다.
옛 생각이 나 방문했던 것이 뒤늦게 시인등단의 인연이 되었다.
위 시는 그때의 인연으로 쓴 당선작 2편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