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방우리 전경
비가 오면 차가운 이성의 세계가 감성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현실은 잠시 내려놓고
음악한곡을 들으면서 시 한잔 하시지요.
전 영 칠
육지 안에 너 섬으로 사느냐
세상에서 살다가
살다가
마침내 너에게로 노저어 간다
나 역시 마음속 육지 안에
섬 하나 숨기고 사느니
사람들은 마음 안에 섬 하나씩은 숨기고 산다.
살다보면 그것은 상채기가 되고 굳은살이 되고 새생명이 되고는 한다.
숨기고 사는 것도 인생이고, 체념하고 사는 것도 인생이고, 혹은 관조하고 사는 것도 인생이다.
그러면서 오늘을 산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방우리 :
충청남도 금산군 부리면에 위치한 '방우리'는 금강이 마을을 휘감아 도는 독특한 지형 때문에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오지 마을이다. '방우리'라는 이름은 금강 물줄기가 마을을 에워싸고 흐르는 모양이 마치 '방울'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금강 상류가 이곳에서 크게 U자 형태로 굽이쳐 흐르며 마을의 3면을 둘러싸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섬에 들어온 듯한 아늑함과 고립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방우리가 오랫동안 비경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접근성의 불편함 때문이다.
강변을 따라 펼쳐진 습지와 오랜 세월 물살에 깎인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의 풍경은 마치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방우리는 금강 물줄기가 산을 뚫고 지나가는 듯한 지형적 특징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강물이 산을 휘감아 도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금강변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가 정비되어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숨겨진 성지'로 통한다.
11시간만에 새만금 66km 왕복 도보 후 발을 다칠 때까지, 나는 주말이면 1일 평균 30km 도보로 전국 방방 곡곡을 다녔었다. 방우리는 내가 걷던 오지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그 것이 '편의성' 때문에 뚫렸다. 지금 오지는 사라지고 차로 단숨에 그 숨은 비경을 점령한다. 2008년 수리재 터널이 뚫리면서 험준한 '수리재'를 넘지 않고도 방우리로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수리재터널은 '육지 속의 섬'이었던 방우리의 운명을 바꾼 고개라고 할 수 있다.
불편함이라는 '자연문화'를 살려 터널을 뚫지 않고 오지 그대로 놓아두었으면 어땠을까. 방울 모양 같은 사행천(蛇行川)을 불편함을 거치고나서 불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오지에는 신비라는 두근거림이 있다. 오지라는 가치는 편의성과 경제성만을 좆는 세상에서 오히려 불루오션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위 시는 방우리의 오지가 살아 있을 때 방문했던 감성으로 쓴 것이다.
(202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