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할 때
일어나는 혁신

by 전영칠


경쟁은 환상이다 : 23화

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할 때 일어나는 혁신





인터넷 운영체계 등 귀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소스를 무료로 공개, 공유(오픈 소스)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것이 가능하기라도 한 것일까?

여기 경쟁과는 무관하게 산 이들 중 개발분야 두명의 사례를 든다.



1. 리누스 토르발스가 개발한 리눅스(Linux)의 예


리누스 토르발스(1969~ )



리눅스(Linux)는 현대 디지털 문명을 지탱하는 가장 거대한 '공동의 지성'이자, 오픈 소스(소스를 무료로 공개) 정신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1991년 핀란드의 대학생 리누스 토르발스가 재미 삼아 만들기 시작한 이 운영체제는 이제 전 세계 거의 모든 첨단 기술의 뿌리가 되었다.리눅스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리눅스의 본질은 커널(Kernel)이다.

엄밀히 말하면 리눅스는 운영체제 전체가 아니라 그 핵심인 '커널'을 뜻한다. 커널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아서,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가장 중요한 통제 센터 역할을 한다. 여기에 다양한 사용자 도구와 응용 프로그램이 합쳐져 우리가 사용하는 운영체제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리눅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와 '개방'이다. 소스 코드가 완전히 공개되어 있다. 누구나 내부를 들여다보고, 고치고, 다시 배포할 수 있다. 이는 "지식은 공유될 때 혁신된다"는 오픈 소스 철학의 정점이다. 엔진(커널)은 같지만 겉모습과 용도가 다른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개인용으로 우분투(Ubuntu), 페도라(Fedora) 등이 있고, 서버/기업용: 레드햇(RHEL), 센토스(CentOS), 데비안(Debian) 등이 있다.

전 세계 수만 명의 개발자가 실시간으로 코드를 감시하고 버그를 수정하기 때문에, 폐쇄적인 운영체제보다 안정성이 뛰어나고 보안 사고에 대처하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우리 삶 속의 리눅스사람들은 리눅스가 어렵고 낯설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매일 리눅스 속에서 살고 있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뿌리가 바로 리눅스 커널이다. 인터넷 서버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IT 기업의 서버 대다수가 리눅스로 돌아간다. 슈퍼컴퓨터전 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의 100%가 리눅스를 사용한다.

가전, 자동차 스마트 TV, 냉장고, 테슬라 같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스템에도 리눅스가 들어간다.

구도적 관점에서 본 리눅스의 성공은 '경쟁은 환상'이라는 통찰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기업이 막대한 자본으로 운영체제를 독점하려 했을 때, 아무런 대가 없이 협력한 무명의 개발자들이 만든 리눅스가 결국 세상을 평정했기 때문이다.


리누스 토르발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IT 거물들과는 아주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의 이익과 현재 근황은 어떨까.


리누스 토르발스가 리눅스 개발로 얻은 직접적인 이익은 무엇이었을까?

리누스는 리눅스를 '오픈 소스'로 풀었기 때문에,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처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팔아 돈을 벌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과 공헌을 인정한 기업들이 그에게 간접적인 보상을 제공했다.


1999년 리눅스 기반 기업인 '레드햇'과 'VA 리눅스'가 상장할 때, 리누스의 공로를 인정해 수천 주 규모의 주식을 증여했다. 당시 이 주식들의 가치가 폭등하면서 그는 하룻밤 사이에 수백억 원대(당시 기준 약 2,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가가 되었다.

그는 전 세계 개발자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영향력과 사회적 자산이 되었다.


리누스 토르발스의 현재 순자산은 약 1억 5,000만 달러(한화 약 2,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엄청난 거액이지만, 리눅스가 현대 문명에 기여한 경제적 가치(수조 달러 이상)에 비하면 아주 소박한 수준이다.

그는 화려한 삶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삶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며, 스스로도 "나는 억만장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최고의 운영체제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말하곤 한다.


리누스는 1969년생(현재 57세)이며, 여전히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현재 비영리 단체인 리눅스 재단에서 종신직으로 근무하며 리눅스 커널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재단은 그가 오로지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높은 연봉(연간 약 150만 달러 이상)을 지급한다.


그는 여전히 리눅스 커널의 최종 결정권자다. 수만 명의 개발자가 제출한 코드를 검토하고, 어떤 기술을 리눅스에 포함할지 최종 승인하는 '수장' 역할을 한다.

현재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리눅스 코드를 수정하는 소박한 일상을 보낸다.


리누스 토르발스는 "경쟁은 환상이다"라는 철학을 몸소 증명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독점하여 부를 쌓는 '경쟁'의 길 대신, 모두에게 지식을 열어주는 '공유'의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그는 전 세계 모든 컴퓨터 속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고, 수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으며 경제적 자유까지 얻었다. 억지로 움켜쥐려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세상 모든 것을 얻게 된 셈이다.


리누스 토르발스가 개발한 또 다른 위대한 도구인 'Git(깃)'에 대해서도 궁금한가? 이것 역시 현대 개발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공기 같은 도구다.

리누스 토르발스가 만든 또 다른 혁명, 깃(Git)은 리눅스만큼이나 현대 IT 세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도구다. 리누스가 리눅스라는 '엔진'을 만들었다면, 깃은 그 엔진을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조립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든 것이다.


깃(Git)이란 무엇인가?

깃은 한마디로 '분산 버전 관리 시스템'이다. 여러 사람이 하나의 프로젝트(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할 때, 누가 언제 어떤 부분을 수정했는지 기록하고 관리하며, 서로 다른 수정본을 하나로 합쳐주는 도구다.

2005년, 리눅스 커널을 개발하던 중 기존에 쓰던 관리 도구를 더 이상 무료로 쓸 수 없게 되자, 화가 난 리누스가 "내가 직접 만들고 말지!"라며 단 2주 만에 기초 설계를 끝내고 발표했다.

깃은 중앙 서버에만 의존하지 않고 모든 개발자가 전체 기록을 복사해서 가질 수 있는 '분산 방식'이다.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고, 가지를 쳐서 실험적인 코드를 짜다가 나중에 합치는 과정이 매우 유연하다.


깃이 가져온 혁신은 '협업의 민주화'이다.

오늘날 전 세계 개발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깃허브'가 바로 이 깃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깃이 없었다면 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오픈 소스 프로젝트는 관리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깃은 '따로 또 같이' 일하는 방식을 표준화함으로써 인류의 소프트웨어 발전 속도를 몇 배나 앞당겼다.


깃은 리누스에게 어떠한 이익을 주었나?

놀랍게도 리누스 토르발스는 깃을 통해서도 직접적인 금전적 이익을 단 1원도 취하지 않았다.

리누스는 깃 역시 리눅스와 마찬가지로 오픈 소스(GPL 라이선스)로 풀었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는 깃을 만든 지 불과 몇 달 만에 리눅스 커널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주 개발자 자리를 동료인 주니오 하마노에게 넘겨주었다.

'깃허브'는 깃이라는 도구를 편리하게 쓸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기업으로,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약 8조 5,000억 원에 인수되었다. 정작 깃을 발명한 리누스는 이 거래에서 아무런 지분이나 배당을 받지 못했다.


왜 그는 이익을 포기했을까?

리누스는 깃을 만들 때 돈을 벌 목적이 전혀 없었다. 그의 목적은 오직 하나, "내가 리눅스를 더 편하게 개발하기 위한 최고의 도구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간접적인 이익은 어마어마했다.

깃 덕분에 리눅스 커널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빠르게 업데이트될 수 있었다.

리눅스에 이어 깃까지 대성공시키며, 그는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신의 경지'에 오른 인물로 각인되었다.

깃의 보급으로 오픈 소스 참여가 쉬워졌고, 이는 리누스가 몸담은 리눅스 재단의 영향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리누스 토르발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특허를 내거나 유료화하는 대신, "세상에 필요한 도구를 던져주고, 그 도구로 세상이 변하는 것을 즐기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깃허브가 거액에 팔릴 때도 "내가 만든 도구로 다른 사람들이 큰돈을 벌고 성공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나'를 비워 '우리'를 채우는 구도자의 자세와 닮아 있다. 경쟁에서 이겨서 빼앗는 이익이 아니라, 공유를 통해 세상 전체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얻는 '거대한 명예와 안락'을 선택한 셈이다.

리누스 토르발스는 '욕심 없는 창조자'다. 그는 경쟁과는 다른 세상에서 산다.



2. 안철수가 개발한 백신 소프트웨어 V3의 예


Ahn_Cheol-Soo's_Portrait_(2025).png 안철수(1962~ )


안철수가 개발한 백신 소프트웨어 V3와 그의 행보는 리누스 토르발스와 닮은 점도 있지만, 사업적·국가적 맥락에서 뚜렷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V3는 무료 개방했나, 특허를 냈나?

1988년 당시 의대 대학원생이었던 안철수는 최초의 백신인 'V1'을 개발한 후, 이를 전 국민에게 무료로 배포했다. 7년 동안 의사 생활과 백신 개발을 병행하며 PC 통신을 통해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게 했다. 이는 리누스 토르발스의 공유 정신과 매우 흡사한 출발이었다.

1995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현 안랩)'를 설립하면서 기업 및 관공서에는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만, 개인 사용자에게는 여전히 무료로 제공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또한, 기술 보호를 위해 당연히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오픈 소스인 리눅스와 달리 V3의 설계도(소스 코드)를 대중에게 공개한 적은 없다.


안철수에게 돌아온 이익은 무엇이었나?

회사가 성장하면서 그는 상당한 자산가가 되었다. 안랩의 최대 주주로서 보유한 주식 가치는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다만 그는 2011년, 본인 소유 안랩 지분의 절반(당시 가치 약 1,5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여 '동그라미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전문가'라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얻었다. 이는 후에 그가 정치계로 입문하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었다.

그리고 외산 백신이 장악할 뻔한 한국 시장을 지켜냈다는 '소프트웨어 독립'의 상징이 되었다.


안철수는 한국의 리누스 토르발스라 할 수 있나?

두 사람을 비교하면 '공익적 출발'은 비슷하지만, '지향점'에서 차이가 난다.

리누스 토르발스 (Linux)는 모든 설계도를 공개하여 전 세계가 함께 발전시키길 원했다(오픈 소스).

안철수 (V3)는 기술은 비공개 하되, 개인에게 혜택을 주고 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리누스 토르발스 (Linux)는 평생 코드를 만지는 엔지니어이자 구도자였고. 안철수 (V3)는 기술자에서 출발해 경영자, 교육자, 정치인으로 확장했다.

리누스 토르발스 (Linux)는 간접적 보상(주식) 외에 직접적 판매 수익을 거부했다. 안철수 (V3)는 기업 운영을 통한 직접적인 매출과 경영권을 확보했다.



결론적으로 이 둘을 평가하면, 안철수를 '한국의 리누스 토르발스'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리누스는 "기술의 소유권 자체를 해체"하여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만든 인물이고, 안철수는 "기술을 자본주의적 틀 안에서 공익적으로 운영"한 경영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철수는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개척자'이자 '기부자'로서의 가치가 크다.

리누스가 '경쟁은 환상이다'라는 명제를 시스템적(오픈 소스)으로 증명했다면, 안철수는 개인의 도덕적 선택(기부와 헌신)을 통해 그 가치를 보여주려 했다고 볼 수 있다.


리누스가 '무소유의 혁신'을 보여준다면 안철수는 '소유한 것을 나누는 지혜'의 사례라 할 수 있다.



'공유'는 경쟁이라는 환상을 깨는 망치다


리누스 토르발스가 소유의 개념을 '파괴'함으로써 혁신을 일구었다면, 안철수는 소유의 결과를 '순환'시킴으로써 가치를 증명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하나의 진리에 도달해 있다. 바로 "혼자 움켜쥐고 있는 것은 결국 고여 썩지만, 밖으로 흐르게 하는 것은 더 큰 생명력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경쟁이 생존의 유일한 법칙이라고 믿는 세상에서, 이들이 보여준 공유의 기적은 '나만 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환상인지를 일깨워준다. 지식을 해체하든, 결실을 나누든, 그 핵심은 '나'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우리'라는 더 큰 전체로 나아가는 용기에 있다. 진정한 공유란 결국, 나를 위해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나를 내어주는 지혜인 것이다.


리누스의 방식은 노자의 '무위(無爲)'나 불교의 '무소유'와 연결해 볼 수 있고, 안철수의 방식은 유교의 '의(義)'와 '인(仁)'을 실천하는 선비 정신으로 대비할 수 있다.


독점은 당장의 이익을 주지만 혁신을 멈추게 하고, 공유는 당장은 손해 같지만 결국 생태계 전체를 살려 모두를 살린다. 이 둘의 예에서 "우주는, 인생은 내어줄수록 강해진다"는 원리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경쟁은 환상이다"라는 예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혁신은 천재 한 명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발생한다. 오픈 소스의 기적은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이 가진 소중한 정보를 움켜쥐지 말고 흐르게 하라고. 그것이 세상에 흘러 나가 다른 이의 영감과 만나고, 다시 당신에게 더 큰 지혜로 돌아올 때 비로소 진정한 진보가 일어난다고 말이다.

경쟁이라는 환상을 걷어내면, 그 자리에는 '공동의 성장'이라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인류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강력한 운영체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