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내려놓은 사람의 이야기

by 전영칠

1. 생을 내려놓은 사람의 이야기


지리산


오늘은 현실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한 사내의 이야기를 써본다. 내가 잘 아는 선배에게서 들은 이 이야기는 실화다.


서울에서 오랫동안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중소기업 사장까지 지낸 박현호(당시 59세/ 가명)씨는 가장들이 그렇듯 그 역시 가정을 위해 세상을 열심히 살았다.

어느 날 건강에 적신호가 와 병원에서 진찰해 보니 위까지 전이된 간암 4기라는 거였다. 게다가 그는 3개월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청천벽력 같은 의사의 선고를 들었다. 그런 상황을 맞이한 이들이 그렇듯 그 역시 사랑하는 아내, 자식과의 이별과 자신과 관계를 맺어온 세상과 작별한다는 것에 대한 암울함과 충격, 공포, 체념, 멍멍한 슬픔 등을 한꺼번에 겪는다.


뜨거웠던 여름, 그는 곧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이대로 생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라도 잡고 일어서고 싶었다.

그러나 입원 첫 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난 후 그는 환자복을 입은 채 무작정 병원을 나섰다. 손에 든 것은 간단한 옷과 지갑뿐이었다. 그는 화장실에서 환자복을 갈아입었다. 옷 갈아입을 생각도 못했으니 그만큼 정신적인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에서 구례 가는 기차를 탔다. 젊었을 때 언젠가 한번 가보았던 지리산. 그러나 제대로 산다운 산행 한번 해보지 않은 지리산을 사실상 처음으로 올랐다. 어느 계곡인 줄도 모르고 겨우 비를 피할 수 있는 바위틈 사이의 공간에서 첫 밤을 새우고 배가 고파 무엇이 먹는 풀인지도 모른 채, 풀을 뜯어먹고 개울물을 마시고 풀뿌리를 캐어먹었다. 무엇을 먹어도 어차피 죽을 몸, 이대로 가리라 그는 그리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8월 초의 산 첫 밤을 이상하리만치 편하게 보냈다고 했다.


빈집이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비와 바람, 이슬을 피했다. 이따금 지나치는 등산객에게서 음식을 얻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등산객이 준 판초를 덮고 잤다.

세상과의 소통이란 게 가끔씩 등산객들과 대화하는 것이 전부였다. 약초 캐는 이를 만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약초에 대한 상식도 배웠다.

그럭저럭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산사람으로 동화되어 갔다. 산에 널려있는 죽은 나무로 가을을 넘기고 또 겨울을 맞이했다.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산 생활과 추운 겨울에도 무사히 얼어 죽지 않고 그 해를 넘겼다고 했다.


산에서 보낸 과정은 단순하였을 것이나 세상에 익숙했던 생활과 문화를 버리고 살았으니, 실로 절망의 극한에서 포기하고 언제든지 죽으면 죽으리라며 마음을 비우지 않았다면, 그리 살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서 그는 비로소 3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기억해 내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병원 진찰을 받은 결과 놀랍게도 간에도, 전이되었던 위에도 암이 보이지 않았다. 소설에서 나올 법한 기적 같은 일이 그에게도 벌어진 것이다.


불치의 병이 나은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풀뿌리를 먹은 것이 실은 약초였고, 식물을 먹고 생식을 했기 때문이었을까. 절망의 낭떠러지에서 생을 놓아버린 마음 비움에서였을까. 공기 맑고 물 맑은 곳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물질만능의 세상에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다친 상처와 스트레스 없이 살았기 때문이었을까.

이 모두가 합하여 이루어진 기적이었을까. 어쩌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극과 극은 통한다는 우주원리 <이 것은 주역의 물극필반(物極必反)의 원리이기도 하다>'가 그에게 작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다소 현대의학을 '종교적'으로나 또는 '고정관념적'으로 신봉하는 이들은 이 이야기를 믿기 힘들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또 다른 기적완치의 사례를 소개한다.

인도 여성 아니타 무르자니는 2002년 임파선암(림종)에 걸려 4년 투병생활을 하였고, 레몬만 한 림프종 암덩어리와 함께 암이 온몸에 퍼져 혼수상태에 이른 후 임사체험을 하게 되었다. 암은 극심한 말기까지 진행되어 의사들도 회복 불능을 예상하였다. 그녀는 약 30시간 동안의 임사체험 후 기적적으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그 직후 그녀의 몸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으며, 3일 만에 암 종양들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닷새 만에 병세가 호전되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고, 이후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판명되어 입원 5주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의사들조차 이 기적적인 회복에 대한 의학적 이유를 찾지 못했다.


임사체험 중 그녀는 유체이탈 하여, 자신의 의식이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확장되며 '모든 것과 연결된 하나 됨'을 경험했고, 자신이 육체에 한정된 존재가 아니라 무한한 에너지이자 총체적인 앎이며, 우주의 중심으로부터 오는 무조건적인 무한 사랑에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인간의 본질은 죽음도 병도 아닌 사랑이며, 우리가 서로 분리된 존재라는 생각 자체가 오해이기에, 그것이 질병을 낳게 한 근원이 되었다 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때의 체험을 <그리고 모든 것은 변했다(2012)>라는 책으로 써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현재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과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다시 박현호 씨의 이야기.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서일까, 그는 사업과 돈 버는 일을 그만두고 '자연과 함께 제2인생 살기'를 택했다. 그는 현재 지리산에 눌러살고 있다. 가끔씩 서울에 살고 있는 아내와 자녀가 그를 찾아온다. 기적의 현실을 목격한 가족들은 그의 선택을 말없이 동조해 주었다. 자동차 부품 제조를 하는 공장은 아들이 맡아하고 있다. 아내는 '살아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우리는 그에게서 자연이 주는 치유능력의 한 예를 본다.



2. 전라남도 장성군 편백나무숲: 암 환우들의 '치유의 숲'


축령산 편백나무숲


전라남도 장성군에 위치한 축령산 편백나무숲은 울창한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암 환우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심신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찾는 곳으로 명성이 높다.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숲은 독림가(篤林家)인 고(故) 임종국(1915~1987) 선생이 6.25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에 평생에 걸쳐 조성한 인공림이다. 수십 년간 가꾼 편백나무와 삼나무 250여만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매년 2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1956년부터 34년간 사재를 털어 편백나무, 삼나무 등 약 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꿨다.


한 사람의 집념으로 시작된 숲은 이제 1,148ha에 이르는 대한민국 최대의 편백나무 군락지로 성장해 다음 세대를 위한 귀중한 유산이 되었다. 이곳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은 성인의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아동의 자기 조절 능력을 향상하는 등 연령대별 맞춤형 효과가 실증적으로 입증되었다.

병마와 싸우는 이들부터 일상에 지친 도시인까지 과학적 근거를 갖춘 치유의 힘을 찾아 이곳으로 모여든다.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 일군 이 ‘보이지 않는 자산’은 연간 706억 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437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장성군 전체 경제의 40%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치유의 숲'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그 특징과 운영 현황, 그리고 불치병 치유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곳이 특별한 '치유의 공간'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편백나무가 내뿜는 강력한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해충이나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산하는 천연 항균 물질로,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를 낮추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인체의 면역세포(NK세포)의 활동을 활성화하여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알레르기 및 피부 질환 완화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효능이 알려지면서 병원 치료와 병행하여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회복을 도모하려는 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이 이곳에 머물며 숲길을 걷고 명상하는 등 '숲 속 요양'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장성 편백나무숲과 관련하여 흔히 제기되는 질문은 '불치병이 나은 사람이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 보도나 개인적인 체험담을 통해 암세포 크기가 줄어들거나 건강이 크게 호전되었다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편백나무숲의 피톤치드가 암을 직접적으로 치료하거나 불치병을 완치했다는 의학적, 과학적 근거는 명확하게 입증된 바가 없다. 숲에서의 활동은 어디까지나 현대 의학의 암 치료를 보조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대체요법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전문가들은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의 규칙적인 운동(산책), 맑은 공기, 스트레스 감소, 심리적 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며, 기적적인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건강한 생활 습관의 연장선에서 치유'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장성 편백나무숲은 2025년 현재에도 '국립장성숲체원(치유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관리하며, 단순한 산책로 제공을 넘어 체계적인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장성군에서는 매년 '장성 축령산 편백숲 산소축제'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숲을 찾아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편백나무숲 주변으로는 암 환우들이 장기 거주할 수 있는 펜션이나 민박, 요양을 위한 특화된 숙소들도 다수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환자들의 식단 관리를 돕거나 편안한 휴식 환경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된다.


결론적으로 장성 편백나무숲은 암을 직접 치료하는 곳은 아니지만, 울창한 숲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피톤치드의 긍정적 효과를 통해 암 환우들의 투병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돕는 소중한 '치유의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3. 그럼에도 때때로 기적이 우리를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의 많은 동서양 의학, 대체의학은 건강은 몸만으로 치유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마음과 몸의 건강은 원인과 결과로 서로 밀접한 유기적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마음을 다치게 하고 결국 몸을 고장 나게 한다. 스트레스는 그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해진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마음과 몸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관통시켜 주는 진리인 것이다.


양자물리학의 관찰자 효과에도 이런 원리가 설명된다. 양자는 관찰자가 보면 입자가 되고 관찰자가 보지 않을 때는 파동이 된다. 사실은 관찰자(인간)가 파동을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입자만의 존재가 아닌 입자와 파동의 존재이다. 입자는 3차원으로 눈에 보이고 파동은 3차원을 떠나 이미 4차원의 세계다. 인간의 몸은 입자, 마음은 파동으로 우리는 3차원과 4차원을 동시에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박현호 씨의 예는 분명히 존재한다.

마음을 비우니 그동안 자본주의사회의 전쟁 같은 경쟁사회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해방감도 있었을 것이다. 편한 상태에서 공기와 물, 자연이 주는 '있는 그대로의 삶'과, '속임수 없는 환경'도 그를 도왔을 것이다.


이는 현실을 살면서 인생의 목적을 자아향상과 영성계발, 자아완성으로 놓고 사는 이들에게는 분명 '상큼한 화두 하나'를 제시할 수 있는 강력한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이 보여주는 '대자연의 원리대로 살뿐'이라는 것은 인간들에게 깨달음과 교훈 그리고 위로와 건강을 준다. 자연은 우리가 병든 자이든, 병들지 않은 자이든 우리 인간들에게 이미 돌봄(car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