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은 눌렀는데, 다시 읽은 적은 없다

— 우리가 글을 소비하는 방식이 글을 죽이고 있다

by NeumaOne


저장은 쉽게 눌린다.
읽다가 순간 공감이 스치면,
혹은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좋을 것 같은 느낌’만으로
저장 버튼은 눌린다.

그 글은 내 목록에 들어온다.
하지만 대부분 다시는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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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는 글이 넘쳐난다.
매일 새로운 글들이 올라오고,
잘 쓴 글도, 성실하게 쓴 글도
모두가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그 글들을 '읽는' 게 아니라
'소유'하는 감각으로 소비한다.

읽지는 않았지만
공감은 눌렀고,
공감했지만
기억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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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입장에서,
저장은 작은 희망이다.
“이 글은 다시 찾아볼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쌓일수록
묘한 무력감이 함께 따라온다.

읽혔다는 착각.
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지나친 흔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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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의 글쓰기는,
읽히지 않은 글들을 서로 저장하며
모두가 읽은 척하는 플랫폼 위에서
조용히 쌓이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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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장해둔 글을 다시 열어본 적이 있던가.
그 질문을 던졌을 때,
리스트에 쌓인 숫자들이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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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정말 글을 읽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읽었다고 말할 증거만 쌓고 있는 걸까.

그 글은 지금도 저장돼 있다.
하지만 다시 열어볼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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