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예민한 아이와 함께 자라는 시간

by 틈새빛


50일의 기적? 100일의 기적? 그게 뭘까



세 돌이 된 우리 딸.

이제 네 살이 된 우리 아이를 보며 문득 신생아 때가 떠올라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지네요.

다른 분들이 말하는 '50일의 기적', '100일의 기적' 같은 건 우리에게는 없었거든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푹 잠든 적이 몇 번 없는 아이랍니다.


신생아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밤새 울어대는 아이 앞에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소리 지른 적도 많았고요,

너무 지쳐서 아이를 매트 위에 눕혀두고 멀찍이 앉아 같이 엉엉 울었던 밤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우울에 집어삼켜져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순간도 있었어요.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았던 시간들


세 돌이 된 지금도 기본 2~3번은 깨요.

이앓이나 성장통이 있는 날, 무서운 꿈을 꾼 날에는 새벽에 두세 시간씩 못 자요.

그럴 때마다 자책했어요.


'내가 임신했을 때 입덧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힘들어했는데, 그래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예민한 걸까?'


모든 게 제 탓인 것 같았어요.

식감에 예민해서 이유식 먹이는 게 늘 전쟁이었고,

청각도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아이를 보며 한의원을 전전했던 시간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걸려서 답답했던 순간들도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가족들과 이야기하다가 알게 된 건,

제가 어렸을 때도 잠을 잘 안 잤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남편도 어렸을 때 엄청 예민해서 양가 어머니들이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머리가 띵했죠.


결국 우리 아이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었는데,

그저 엄마 아빠의 기질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을 뿐인데,

제가 아이를 탓했던 시간들이 있었다는 게 너무 미안했어요.




조금씩, 천천히 배워가기


물론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쉬워진 건 없어요.

여전히 너무 힘들 때는 화도 나고, 속이 타들어가기도 해요.


그동안 아이 기질을 이해하려고 상담도 받아보고,

여러 교육도 들어오면서 우리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깨달았어요.


아이의 기질은 바꿀 수 없지만, 환경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을요.




함께 자라는 시간


요즘 우리 아이를 보면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게 느껴져요.

예전보다 훨씬 잘 먹고, 새로운 환경에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고요,

제가 아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만큼, 우리 아이도 성장하기 위해 온 힘을 내고 있는 게 보여요.

그럴 때면 생각해요.


'적어도 내가 했던 모든 일이 헛되지 않았구나...'


저는 완벽하지 않아요.

감정 조절도 잘 안 돼서 여전히 화를 낼 때가 있지만 분명한 건,

아이를 키우며 저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거예요.


앞으로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제 기대치를 낮추고 아이의 시선에서 함께하려고 해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화날 일이 별로 없더라고요.


'뭐 어때, 잘 될 거야.'


요즘 제 마음가짐이에요.


혹시 저처럼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계신분 중에서

해답을 찾아 슬기롭게 육아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고,

여전히 힘들고 괴로우신 분들도 계실 거예요.


우리 모두 조금씩 내려놓고, 한 발짝 물러나서 아이를 바라봐요.

그저 하루하루를 잘 살아냈음에 감사하며 살아가보아요.


오늘도 우리 예민쟁이, 어여쁜 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요,

평범하지만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예민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여전히 어렵지만 우리는 잘하고 있어요.

각자만의 현명한 육아 방식이 있다면 저에게도 공유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함께 배우며 자라가요. ˘ᵕ˘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