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 중이 하나가 강남역 근처이다. 낮에는 그나마 다닐 만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단풍시즌에 설악산을 올라가는 것처럼 앞사람 머리만 보고 가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 급한 볼일이라도 있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추월해야 하는데 여간 어렵지 않다.
복잡한 길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어깨를 나란히 해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점심시간에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누가 상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주변에 사람들이 불편하게 다녀도 그 무리에 있는 사람들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 아마도 그렇게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이 자신들의 단결과 상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배려’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친한 사람들끼리 얘기를 함께 하면서 가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들을 지나가지 못하고 뒤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따라가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저런 모습을 보면서 ‘저 시간에 꼭 저렇게 가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오랜만에 친한 사람을 만났는데 하필이면 복잡한 그 길에서만 상대와 대화할 수 있다면 아무리 복잡해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복잡한 장소에서 나란히 걸어가면서 대화하는 사람들의 경우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자신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통행에 방해를 받는다는 인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걷는 속도를 높이거나 나란히 걷는 대신 앞뒤로 걸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남대로와 같이 복잡한 길뿐 아니라 주변 어디서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아 생기는 불편을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전용도로이다. 고속도로에서 막히지 않을 시간에 도로가 밀리는 경우를 보면 저속차량이 1차선을 달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운전 속도에 맞춰 하위차선으로 가면 화물차와 같은 차들의 방해를 받기 싫어 상위 차선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은 이 차 근처에 오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거나 다른 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해야 해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가 고속도로에 있는 동안만큼 다른 차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이다.
만약 고속도로에서 천천히 운전하는 차의 가족이나 지인이 위독해 구급차에 실려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인데 자신처럼 천천히 가는 차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면 이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앞에서 천천히 가는 차를 향해 ‘저 차 운전자가 운전에 서툰 모양이네’라고 이해하기보다는 ‘운전도 못하면서 차선을 막고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욕을 하거나 상대에게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이다.
강남대로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들에게 앞뒤로 걸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평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을 할 경우 뒤에서 추월하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거나 싫은 표정을 보거나 심하면 욕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별로 사람이 없는 경우 나란히 걷다가 주변이 복잡해지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에는 ‘다른 사람을 도왔다는 즐거운 마음’이 보상으로 따라온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삶에 방해꾼이 될 필요는 없다. 점심시간에 무리를 지어 식당으로 간다고 그 부서의 생산성이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부류의 리더는 다른 사람과의 협력보다는 자기 능력이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부하는 자신의 의견이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부서원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어지는 것으로, 부서원의 능력이 떨어지는 부서에서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피해가 아니라 보상으로 돌아온다. 고객의 편의를 고려해 만든 제품이 그렇지 못한 제품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고객을 배려하는 세일즈맨의 성과가 그렇지 못한 세일즈맨의 성과보다 높다. 부서장이 부하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업무지시를 할 때 부하가 상사의 지시대로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배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 일상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다른 사람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도 늘어나게 되어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지금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배려를 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