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맛집처럼 조직에는 숨은 인재가 있다

by 최환규

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데, 여행을 위해 수집하는 목적지에 대한 정보의 양에 따라 여행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관광지에서 음식을 먹는 경우 그 지방 사람들이 맛집으로 생각하는 식당과 관광객들이 찾는 맛집이 다른 경우가 많다. 외지인들이 얻을 수 있는 여행지에 대해 정보를 얻는 방법이 한정되어 있기에 관광객 대부분은 비슷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관광객에게 맛집으로 소문나면 이 정보는 관광객들에게 공유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그 집으로 몰리게 된다. 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관광객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현지인들이 관광객과 다른 선택을 하는 주요 이유는 첫째, 음식이 자신들의 입에 맞지 않거나 음식 맛이 기대보다 낮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강원도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로 여행을 갔었다. 그곳에서 맛집을 찾던 중 방송에 나온 음식점이 있어 기대를 안고 그곳으로 갔지만, 기대와는 달리 음식 맛은 다른 집에 비해 그다지 뛰어나지도 않았고 손님들이 많아 제대로 마음 편하게 먹지도 못했다. 실망을 안고 집에 돌아와 그 지방 사람에게 음식점에 대한 경험을 얘기했더니 자기네들은 그 음식점의 맛이 별로여서 다른 음식점을 이용한다고 했다.

둘째, 광고의 효과이다. 광고는 다양한 방법으로 왜곡된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린다. 관광객은 맛집과 관련된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모르는 곳보다는 그나마 인터넷에 검색이 되는 음식점을 찾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고하는 음식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두 가지 결과가 되는 것 같다. 하나는 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진짜 맛집으로 변신하는 곳도 있다. 이런 식당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신한 결과이다.

이런 상황을 몇 번 겪고 난 다음 식당의 유명도와 음식 맛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실망스러운 상황을 피하고자 선택한 것은 지방에 갈 때마다 택시를 운전하시는 분들께 음식점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방송을 탄 식당에 대해 그분들께 물어보면 ‘나는 가지 않는다’라고 대답하는 기사님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러면서 “그 집이 장사가 잘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원조는 그 집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와 같은 정보를 알려주는 분들이 많았다.

현지인들과 달리 외지인들이 유명 음식점을 찾는 이유도 있다. 첫째,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왕따 당한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두려움 때문이다. 유명한 맛집이나 관광지로 가면 다른 사람들과 손쉽게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유명한 곳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된다.

둘째, 실패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처럼 이왕이면 맛있는 곳에서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들이 바람이다. 외지인의 경우 현지 사람들에 비해 정보가 부족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면 이런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음식점 탐색에 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기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선호하게 된다.

사람들이 유명 맛집을 선호하는 상황은 조직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난다. 사람들이 숨은 맛집 대신 유명 맛집을 선택하는 것처럼 조직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람’을 선호한다. 상사는 이런 사람을 자신의 부서로 데려오기 위해, 부하는 유명한 상사의 부서에 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한다. 부서장들끼리 이런 인력을 놓고 서로 다투는 경우도 있고, 자신과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물리친 사람에게 “두고 보자”는 말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이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도 자신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음식을 먹어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과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게 된다. 조직에서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전임자와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어우러질 때 진정한 팀워크가 형성될 수 있다.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처럼 조직 내에는 능력을 드러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리더는 이런 사람들을 발견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능력 있는 부서원을 기르기 위해서는 리더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이런 노력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리더뿐만 아니라 부서원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능력을 몰라주는 리더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리더에게 다다가 리더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정리해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여보자. 이런 노력이 지속되면 처음에는 의구심을 갖고 자신을 바라보던 리더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믿게 되고, 리더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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