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스도쿠(sudoku)’라는 게임을 즐긴다. 스도쿠 게임은 9×9칸에서 진행되는 숫자 퍼즐 게임으로 다양한 앱으로 개발되어 있어 누구라도 쉽게 해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책을 사야 했지만, 앱으로 개발되면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레벨에 따라 난이도를 선택해 할 수 있다. 필자는 ‘고급’ 레벨로 게임을 하는데, 고급보다 한 단계 낮은 레벨이 일반이고, 한 단계 높은 레벨은 전문가이다. 필자로서는 스도쿠를 하면서 일반, 고급, 전문가 레벨을 구분하는 기준을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떨 때는 일반 레벨의 문제가 고급 레벨보다 체감상 어려운 것 같고, 전문가 레벨의 문제가 고급 레벨보다 쉽게 해결될 때도 있다. 이 앱을 개발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레벨 구분 기준을 정했겠지만, 사용자로서는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인식할 때가 있다.
수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출제위원으로서는 전년도 문제와 성적을 참고해 수능 문제를 내겠지만, 작년 수험생과 올해 수험생이 다르기 때문에 전년도 자료는 참고는 되겠지만, 원하는 난이도를 조절하는 절대 기준은 되지 못한다. 난이도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고민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절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도쿠를 풀다 보면 처음에는 쉽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어려워져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고,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차분하게 풀어나가면서 수월하게 해결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도쿠 해결 과정과 업무 수행 과정은 공통점이 있다.
부서장이 부서원에게 공정하게 업무를 분배해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부서장이 업무를 구분해 조직원에게 분배하는 것은 스도쿠를 레벨별로 분배하는 과정과 같다. 상사가 편견 없이 업무를 배분하더라도 그 업무를 담당해야 할 사람은 자신에게만 어려운 업무를 준다고 불평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의 눈에는 자기 업무는 어렵고, 다른 사람의 업무는 쉬워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속담이 ‘남의 떡이 커 보인다’이다.
직장인이 다른 사람의 업무 난이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에는 ‘평가 방법’이 있다. 많은 회사가 상대평가를 하는데 이것은 문제의 원인이다. 상대 평가에서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평가 경쟁자가 된다. 협력해야 하는 사람을 경쟁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승진과 같은 이해관계가 크게 영향을 받을 때는 상대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실수를 바라거나 프로젝트에서 실패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따져보면 상대평가의 긍정적인 효과는 2차 산업에서 끝났다.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대평가가 실적 관리나 감독에 유리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각자 업무가 다르고, 난이도가 다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금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목표 대비 실적을 평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조직원의 불만을 사고 싶다면 조직원의 갈등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평가 방법을 고집하기를 바란다. 아마도 머지않은 장래에 상당히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