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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의 긍정적인 관계를 돕는 즐거운 기분

by 최환규

필자가 서점에서 경험한 일이다. 필자가 10여 권 정도의 책을 사면서 포장을 부탁했다. 담당자가 포장을 하고 있는데 다른 일을 하던 동료가 조용히 다가와 포장을 도와주었다. 동료의 도움으로 포장을 다 마치고 계산을 하면서 도와준 직원에게 “직원들이 서로 도와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직원들끼리 서로 돕는 일이 서점의 방침이냐?”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아니요. 실제로 그렇지 않고 저를 도와주는 사람에게만 도움을 줍니다”라고 조용히 대답했다.


필자의 선배가 운전을 하다 골목에서 어린아이를 다치게 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부랴부랴 병원에 아이를 옮기고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부모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했는데 아이의 부모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당신을 미워한다고 애가 빨리 낫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쉽게 합의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몇 년 후 이 선배의 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외동딸이라 가족들이 애지중지 키웠는데 교통사고를 당했으니 선배 가족이 얼마나 많이 걱정을 했겠는가? 그런데 선배도 아무 조건 없이 사고를 낸 운전자와 합의를 했다. 필자가 그렇게 쉽게 합의를 한 이유를 물었더니 “나도 몇 년 전에 똑같은 사고를 냈을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 나도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았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호주의’ 혹은 ‘상호성’이란 단어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원칙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상호성은 상대의 행동에 대응되는 행동을 하려는 성향으로 소리 없이 성공, 인간관계, 어려움을 회복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나 자신의 행동이 시초가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수천 가지의 상호 행동이 대상이 된다. 이런 행동의 교환은 평생 동안 일어난다.


미국의 심리학자 가트먼(Gattman) 박사는 20년 이상 그의 연구실에서 상호성을 연구했다. 자기들의 관계에 극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부부들의 생체반응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가트먼 박사는 격렬한 대화의 결과를 96%의 정확성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만일 말을 꺼내는 사람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로 시작하면 그 말을 듣는 상대방도 96%의 가능성으로 자신에게 말을 한 사람에게 반격을 한다. 인정과 애정을 가지고 따뜻한 말로 시작하게 되면 그 말을 듣는 사람 역시 그런 기분의 대화를 이어간다. 여기에서 단지 4%의 사람만이 상대의 감정과 반대의 감정을 가지고 대화를 하고 있다.


이 실험의 의미는 비난, 모략중상, 경멸과 조롱이 자기 파괴적이 되는 이유이다. 우리가 이런 감정을 가지고 대화를 하게 되면 상대는 우리의 행동을 따라 한다. 우리는 상대에 대해 우리가 가졌던 최악의 공포가 확인되었을 때 급격한 화와 울분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지연되거나 상실된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비난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비난과 헤어지는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는 ‘감사’이다. 실제로 스트레스 측정 도구로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면서 피실험자에게 ‘감사한 기억’을 떠올리라고 하면 생각보다 빨리 스트레스 지수가 떨어진다.


긍정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먼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던 은인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행동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감사의 표현은 간단하고 일상적인 일에 대한 감사일 수도 있다. 식사 전에 감사의 기도를 하거나 잠들기 전에 하루 일과를 정리하면서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을 떠올려보자. 내 도움을 받고 기쁜 표정을 짓는 상대의 얼굴도 떠올려보자.


이렇게 일상생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스트레스 검사 도구를 가지고 측정해 보면 감사한 마음을 가질 때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좋다.


지금 눈을 감고 자신이 감사할 일을 떠올려보자. 자신의 존재를 만들어주신 신에게 감사하고,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주변의 동료들이 자신을 도와준 일을 감사해 보자. 그리고 가족이 나를 위해 협력해 준 것에 감사한다. 아무 ‘감사’의 대상을 떠올리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런 기억들을 많이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마음은 편해지고, 호흡이 진정되며 몸이 가벼워진다.


이런 감사의 기분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즐거운 기분이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날을 기억해 보고,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을, 아버지가 나를 위해 장난감을 만들어 함께 놀던 일, 가족 여행을 갔던 추억,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소풍 등의 즐거웠던 기억을 기분이 침체될 때마다 떠올리거나 ‘그래도 관계가 더 악화되지 않고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감사하자.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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