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뒤로한 채 업무에 필요한 감정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백화점이나 호텔과 같이 고객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감정노동하면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 대부분은 감정노동을 한다.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최 대리’의 경우를 보자. 고객이 제품 가격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고객에게 ‘정말 너무하네요.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면 더 이상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실제로는 속마음을 숨긴 채 고객을 대해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고객과 만나고 회사에 들어오면 팀장이 기다리고 있다. 고객과의 거래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나면 “최 대리, 땅 파서 제품을 만드나. 이렇게 제품을 싸게 내면 회사는 어떻게 이익을 남겨? 제품을 할인하는 것처럼 자네 월급도 깍지?”와 같은 말을 듣더라도 최 대리는 팀장의 말이 곧 종교 지도자의 말인 것처럼 공손한 태도를 보이면서 듣게 된다. 상사가 아무리 심한 말을 하더라도 순종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직장 생활을 못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을 대할 때 자신의 진짜 마음과 달리 ‘사랑하는 임’을 대하듯 반가운 미소를 지어야 한다는 사실이 감정노동자의 업무가 어려운 이유라 할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것처럼 고삼차를 웃으면서 마시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는 쓴맛을 숨기는 것이 내 맘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보면서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즐거우면 즐겁게, 괴로우면 괴롭다고 해야 자연스럽기 괴로운데 즐겁다고 말하거나 표정을 즐겁게 짓는 것은 어렵기도 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많이 든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과 다른 표현을 하는 것은 금방 지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감정노동은 직원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몸에 이상이 있어 병원 응급실에 간 경우를 보자. 병원 응급실에 가면 번호표도 없고,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자신이 병원의 고객임에도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환자나 보호자는 그저 침묵을 유지하면서 기다릴 뿐이다. 괜히 의료진의 심기를 건드려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자신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하지만 진료의 결과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행동이 달라진다. 그동안 쌓아 두었던 감정을 한꺼번에 밖으로 표현하게 된다. 고객이 항상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람과 함께 할 때는 언제든지 감정노동이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 마음과 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 유전자의 50%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까지도 내 마음과 다르다는 것은 모든 부모가 느끼는 공통점일 것이다.
상대가 내 마음과 다르게 반응할 때 많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가 움직이도록 다양한 방법을 쓴다. 대표적인 것이 화를 내거나 설득을 한다. 이런 방법은 강제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방법인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실제로 행동해야 하는 당사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움직이더라도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이런 외부 자극을 외적 동기라고 한다. 반대로 자신이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 움직이는 경우를 떠올려 보자. 즐거워지고 힘이 솟아나면서 오랫동안 하더라도 지겹지도, 지치지도 않게 된다. 이렇게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내적 동기라고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감정노동자가 일할 때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친절, 즉 내적 동기가 아니라 회사로부터 질책을 받지 않기 위해서 ‘친절해야만 한다’라는 외적 동기를 바탕으로 고객을 대할 때 더 힘이 들게 된다. 내적 동기가 아니라 외적 동기만으로 일을 하면 고객은 ‘내가 선택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일이 더 힘들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적 동기를 강화해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라는 말처럼 우리가 회사에서 일하겠다고 선택했다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잘 보호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던 일도 멍석 펴면 안 한다’라는 속담도 내적동기(능동적인 행동)에서 외적동기(수동적인 행동)로 바뀌게 되면 더 이상 즐겁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어렵다고 피할 수도 없고 피한다고 피해질 일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왕이면 고객을 고객으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처럼 대하면 어떨까? 고객이 반가운 사람으로 바뀌면서 마음까지 즐겁게 변할 것이다. 이럴 때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사실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