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집에서는 작년부터 ‘콜라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더운 날 마시는 콜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느껴지는 탄산의 청량감과 시원함은 무더위를 이겨내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 할머니는 틈만 나면 콜라를 마시지 말라고 강요한다. 이렇게 하는 주된 이유는 ‘뼈가 상한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오래전 미국에서 콜라가 치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콜라가 가득 들어있는 컵에 치아를 24시간 담가두면 치아가 녹고 색이 검게 변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실험의 결과로 한때 콜라가 충치의 주적으로 지목된 적이 있었다. 아이들 할머니도 이 실험 결과에 따라 아이들에게 콜라를 마시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실에서의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나기는 어렵다. 실험실에서처럼 콜라를 머금고 오랫동안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지식이 현실에서와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할머니가 말하더라도 지시에 따르는 척만 할 뿐 마음속으로는 전혀 변할 마음이 없다. 아이들 할머니의 머릿속에는 수정된 정보가 아닌 오래된 정보만 입력되어 있어 아이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다. 만약 아이들 할머니가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다면 아이들과의 마찰은 아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정확하지 않은 지식 혹은 과거의 지식으로 인해 곤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최근 쟁점이 되는 가짜 뉴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몇 년 전 암 치료를 위해 먹은 개 구충제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친 연예인, 암을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려다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를 보지 못한 사례 등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잘못된 지식으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다.
직장에서도 업무 지식으로 인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정과 달리 일터에서 이런 종류의 다툼이 발생하면 불편한 상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MZ세대와 기성세대와의 마찰도 지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상사가 왜곡된 지식이나 최신 트렌드에서 벗어난 경험을 바탕으로 지시할 때 부하는 스트레스와 갈등을 동시에 경험한다.
산업이나 기술이 변화하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이로 인해 조직원이 항상 최신 지식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꼰대라고 놀림받는 이유는 경험과 지식수준이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조직원이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설계할 때 다른 조직원과 충돌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특히, 조직 경험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콜라를 마시면 뼈가 삭는다’와 같은 과거 지식으로 무장한 채 일하면 최신 지식으로 무장한 젊은 직원은 상사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다. 이럴 때 상사가 부하에게 질책이라도 한다면 부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상사와 갈등하게 된다.
이런 부정적인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직원은 ‘내 지식과 경험이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주장이 옳을 것이라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본능에서 오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화할 때 ‘내가 틀리고 다른 사람의 주장이 타당할 수 있다’라고 여길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으로 대화를 하면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게 되면서 건강하고 건설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다음은 서로의 주장이 달랐을 때 해결 방법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부하가 아닌 상사가 최신 지식이나 정보를 갖는 사례도 있다. 그러므로 상사와 부하 혹은 동료끼리 의견이 다를 경우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을 미리 합의해 둘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면 상사와 부하가 얼굴을 붉힐 일 없이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회사의 미래 전략뿐만 아니라 일상의 업무에서도 최신의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지식만이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난다면 조직의 미래를 밝아질 수 있고, 즐거운 일터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