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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Jun 28. 2024

인간관계가 직장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새해가 되면 한 해 동안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려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자신의 결심을 다지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결심 중에는 직장이나 개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계획들이 들어 있다. 술이나 담배를 줄이거나 끊거나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까지 자신의 생활 습관을 변화시키겠다는 계획도 있고, 어학 공부나 업무와 관련된 책을 통해 업무능력을 향상하겠다는 결심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머릿속에 적히게 된다.     


계획의 실행은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다.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라면 동료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는다. 반면 “한 달 이상 지속하면 내 손을 장에 지진다.”라는 말로 동료의 실행 의지를 평가 절하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은 계획을 세운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할 가능성이 크다.      


조직원은 동료보다는 상사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상사가 부하의 계획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면 부하의 계획 달성은 어려워질 수 있다. ‘술’과 ‘담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부하가 술자리에서 상사에게 “제가 올해부터 술을 끊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술 마시기를 주저하면 “오늘은 평소처럼 마시고 내일부터 끊어!”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더 많이 마시게 하는 상사도 있다. 이런 상사와 함께 생활해야 하는 조직원의 삶은 ‘만족’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크다.     


위의 사례와는 달리 부하의 성장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는 상사도 많다. 부하의 계획을 존중하고, 계획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 부하를 위해 자기 계발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부하의 사생활이 업무에 영향을 미칠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하를 적극적으로 돕기도 한다. 이런 상사와 함께하는 부하는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게 되면서 조직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게 되고, 부하의 가족도 상사를 응원하게 된다. 이처럼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동료와 그 가족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의 삶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사람은 인간관계와 업무성과를 구분하는데 이런 생각은 빨리 버려야 한다. 위의 사례처럼 자신의 존재나 자신의 계획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상사를 부하는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는 상사에게 부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사의 지시에 순응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상사가 빨리 조직에서 쫓겨나기를 바라면서 소극적으로 행동하거나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상사와 부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게 된다. 부하는 상사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더라도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상사 또한 부하의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왜곡해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의 발전과 성과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인간관계는 업무성과를 위한 기반이다. 부하가 상사를 믿게 되면 상사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업무를 찾아서 하게 된다. 이런 상사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     


단단한 결속력을 기대하는 리더라면 조직원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 리더가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조직원에게 ‘도움’을 주면 된다. 조건이 붙은 도움은 신뢰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유도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거래 관계’이지 ‘신뢰 관계’가 아니다. 돈이나 권력이 있는 경우에는 충성을 맹세하지만, 돈이나 권력의 끈이 떨어지고 나면 그 많던 사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돈이나 권력으로 조직원을 자기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상사는 생존 능력이 떨어지는 부하를 자기 개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상사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면 되지만 당장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경우 선뜻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상사는 부하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부하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 부하의 처지에서 이런 상사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조직원의 부정적인 경험은 조직원의 가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사로부터 모멸감을 느낀 부하의 선택지는 거의 없다.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사람은 그 순간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을 마시면서 상사로부터 받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큰소리를 치기도 하고, 물건을 부수기도 한다. 제3자의 눈에는 행패로 보이기도 하지만 본인은 살기 위해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의 가족도 피해자가 된다. 중력의 법칙을 따르는 스트레스는 서열이 높은 곳에서부터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된다. 상사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은 가장은 사소한 일에도 배우자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자는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가장에게 돌려주거나 아이에게 전달한다. 결국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의 종착지는 가장 약한 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상사의 말과 행동은 조직원뿐만 아니라 조직원의 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급여를 통한 금전적인 보상이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보이지 않는 보상도 있다. 조직원이 업무나 가정사로 인해 힘들어할 때 먹잇감을 사냥하는 하이에나처럼 부하를 더 힘들게 만드는 상사도 있지만, 조용히 다가와 따뜻한 말을 건네주면서 도움을 주는 리더도 있다. 이런 상사는 부하에게 준 자신의 도움에 대해 생색을 내지 않는다.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부하는 이런 상사에게 신뢰를 보내면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해 성과 향상에 매진하게 된다.    

   

리더가 조직원을 대하는 태도는 조직원의 일과 삶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원을 향한 리더의 지지는 긍정의 에너지를, 비난은 부정의 에너지를 만들게 된다. 비난의 에너지가 더 큰 조직은 외부의 경쟁자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리더가 만드는 부정의 에너지는 ‘적전분열(敵前分裂)’을 일으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어 조직을 망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상사가 유능한 부하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부하도 마찬가지이다. 상사가 부하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부하가 어떤 상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부하의 미래는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는 부하를 대하는 자기 모습에 대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리더는 조직원과의 관계 향상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리더가 조직원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다. 고속도로 건설 대신 기존 도로를 그대로 이용하게 되면 당장은 편할 수 있어도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일단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신속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듯이 리더와 조직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리더와 조직원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면 리더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다. 첫째, 조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조직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조직원 사이에서의 불통인데, 관계는 소통과 불통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친한 사람이 하는 말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까지 파악하려고 스스로 노력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의 말은 사실을 말해도 왜곡해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상사가 부하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때도 마찬가지이다. 상사를 신뢰하지 않는 부하는 상사의 지시에 대해 전력을 다해 따르기보다는 실행이 어려운 이유부터 먼저 찾는 등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런 부정적인 분위기는 조직 전체로 전염되면서 조직원 전체를 무기력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둘째,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조직원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건강한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의 건강한 에너지로부터 얻을 수 있다. 상사와 부하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서로를 불신하게 되면 조직원의 사기는 떨어지고, 업무에 대한 의욕도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사라지게 된다. 당연히 조직원에게는 건강한 에너지보다는 건강하지 못한 에너지가 만들어지면서 조직원의 생산성은 떨어지게 된다.      

셋째,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조직의 경쟁력은 조직원의 건강한 에너지의 총합에 비례한다. 상사가 부하를 믿고, 부하가 상사를 믿게 되면 조직원은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업무에 쏟게 된다. 상사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능력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게 된다. 모든 조직원이 역량 향상을 위해 움직이게 되면 조직의 경쟁력과 성과는 높아진다.     


인간관계는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직에서 퇴직했다면 그 사람의 몸에는 그 조직의 DNA가 남아있다. 만약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이직을 할 때도 어떤 형태로든 함께 일했던 사람의 영향을 받게 된다. 평판 조회를 하더라도 기존 조직원에게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 동료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비즈니스 관계로 맺은 사람으로부터 받는 정보보다 더 가치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인간관계는 항상 직장 생활에도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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