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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팬은 팀이 어려울 때 열심히 응원하는 사람이다

by 최환규

몇 년 전부터 겨울이 되면 배구 팬이 된다. 남자 배구와 여자 배구 중에서도 특히 여자 배구를 중심으로 보고 있다. 여자 배구를 주로 보게 된 계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특정 선수의 성장 과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방 구단 소속의 A 선수는 공격보다는 수비로 유명하다. 신문에서 A 선수의 성장기를 읽으면서 이 팀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 선수의 기여로 팀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선수와 선수가 속한 팀의 팬이 되었다.


여자 배구를 보는 또 다른 이유는 수비 모습 때문이다. 남자 배구 선수들의 힘 있는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공격과 수비가 반복될 때 수비를 위해 몸을 던지는 것과 같은 여자 선수의 악착같은 모습이 보기가 좋아 남자와 여자 경기 시간이 같다면 여자 배구를 시청하고 있다.

배구 중계는 TV로도 보지만 컴퓨터로 볼 때도 있다. 경기 시간이 평일은 저녁 7시라 컴퓨터로 경기를 보기도 한다. 컴퓨터에서는 중계화면 옆에 팬들의 채팅 창도 같이 있어 경기를 보며 팬들의 채팅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경기에 지고 있는 팀의 채팅 창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들이 많이 올라와서 불쾌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기에 지고 있을 때 제일 속상한 사람은 선수이다. 선수가 실력이 있음에도 감독이나 동료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경기를 망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라고 표현한 이유는 2021년 11월 여자배구팀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감독을 추대하려고 일부러 경기를 망쳐 감독을 경질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가 죽을힘을 다해도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팬들이 선수나 감독을 비난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누워서 침 뱉기’라는 속담이 있다. 누워서 침을 뱉을 때 침을 뒤집어쓰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팬들이 선수의 노력 부족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경기를 보면서 답답해서 그랬다고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지만, 선수의 외모, 키, 몸무게와 같이 경기력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을 비난한다면 비난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선수가 아니라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는 사람이다.


내가 몸담은 회사도 배구팀이나 마찬가지이다. 조직원 중에는 회사 상황이 좋을 때는 ‘내 덕’이지만, 코로나19와 같이 다양한 이유로 상황이 나빠지면 경영진을 비롯한 상사와 동료를 비난하면서 부진의 원인을 자신을 제외한 남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다. 업무나 개인적인 친분으로 만나 온 사람 중 대화가 불편했던 사람들은 남 탓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침을 튀기면서 자기 회사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향해 무심하게 “그렇게 형편없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니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더니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은 조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모든 조직원은 조직에 몸담는 순간부터 수많은 화살을 받기도 화살을 쏘기도 한다. 경영진부터 신입직원에 이르기까지 맡은 역할에 따라 화살의 굵기가 정해진다. 조직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화살촉에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조직원에게 날릴 수도 있고, 비난의 독을 화살촉에 묻혀 조직원에게 쏠 수도 있다.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빌런(악당) 같은 팬(조직원)은 회사에도 존재한다. 굵은 화살을 가진 상사가 부하의 치명적인 약점을 노리고 비난의 독화살을 쏘면 부하는 치명상을 입고 업무 수행이 어려워진다. 이런 조직원이 많아질수록 조직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날린 화살은 나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화살을 사용하는 사람은 결과를 예상하면서 화살을 날려야 한다. 조직원을 향해 격려의 화살을 쏠 때와 독이 묻은 화살을 날릴 때의 차이는 분명하다. 상대에게 독화살을 쏘면 상대도 나에게 독화살을 쏠 것이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화살을 쏘면 상대도 나에게 그런 종류의 화살을 쏜다. 가장 못난 사람은 자기 잘못이나 무능력을 숨기기 위해 상대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사람이다. 조직에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그 조직의 장래는 어둡다. 그러므로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열심히 상사나 동료에게 응원의 화살을 더 많이 더 날리는 사람이다.


진정한 팬은 팀이 어려울수록 선수들을 더 열심히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람이다. 조직이 어려울수록 동료를 격려하고 도울 필요가 있다. 모든 조직원의 이런 노력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조직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상사나 동료를 위해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가 담긴 화살을 날려 보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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