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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가 산만하면 사고는 발생한다

by 최환규

자동차 안에서 어린아이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가끔 발생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원 시 미처 내리지 못한 채 차 안에 아이가 방치되면서 질식사하는 사고이다. 요즈음과 같은 폭염 속 차량의 실내 온도는 무려 90도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여러 가지 대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대책 대부분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실수를 줄이려는데 목적이 있다.


이런 일들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이다. 아이들이 부모 손에 이끌려 차에 타면 그다음부터는 운전기사나 교사의 보호 속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도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는 아이의 출석을 확인하면서 아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전에 아이의 부모로부터 결석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 아이 부모에게 확인할 수도 있다. 이렇게 아이의 행방에 대해 여러 단계의 확인이 가능함에도 이런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운전기사나 교사의 관심 부족이다.


사고 대책을 읽으면서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심이 들었다. 지금 나오는 대책 대부분은 보조 시스템을 설치해 운전기사나 교사 등이 다시 한번 확인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보조 시스템을 활용하더라도 운전기사나 교사 등이 실수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에는 관련된 사람들의 관심만이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람을 돕기 위한 보조 장치는 사람의 행동을 돕는 말 그대로 보조 장치일 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덜 사용하기를 바란다. 자기 일을 돕는 보조 시스템이 설치되면 ‘내가 실수하더라도 보조 시스템이 경고할 테니까…….’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를 향한 관심이 점점 줄어드는 대신 인터넷을 검색한다거나 자신의 지인과 소통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조 시스템에 점점 익숙해지면 아이를 향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보조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게 된다. 만약 보조 시스템이 고장 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일상은 다양한 시스템 덕분에 안전과 편안함 모두를 즐기게 되었다. 자동차의 경우를 보더라도 다양한 안전장치와 편의장치가 개발되어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안전장치와 편의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결국 안전 운전을 위한 보조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운전하는 사람의 주의집중이 사고를 줄일 수 있는 결정적인 방법이다.

업무에서도 주의집중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도구들이 개발되었고, 그런 도구들을 활용해 업무를 하고 있다. 일하면서 가끔 ‘이런 게 없었을 때는 어떻게 일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업무를 편하게 만드는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도구의 대표적인 사례가 전산 시스템, 인터넷 등이다. 하지만 전산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정보도 모두 사람의 손을 거친 것들이다. 이렇게 사람 손을 거치는 과정에서 분명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실수로 인해 회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가 몇 년 전 발생한 모 증권사 사례이다.

사람이든 기계든 100% 완벽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심해지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휴대전화기를 집에 두고 출근하면 온종일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처럼 기계에 의존할수록 위험은 커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버스 기사의 역할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목적지로 데려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버스에 오를 때 몇 명인지 확인하고, 목적지에 도착해 아이가 내릴 때 아이의 숫자를 센 다음 탈 때의 숫자와 내릴 때의 숫자를 확인하면 된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다 내렸다고 생각되더라도 운전석에서 일어나 버스 내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는 아이가 결석했을 경우 부모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면 아이가 버스에서 방치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사고 대부분은 방지할 수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해 모든 조직원이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서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확인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내가 업무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더 많은 집중력과 책임감으로 일하게 된다. 이럴 때 업무성과가 향상되는 것은 덤이다.

지금부터 자신이 주인공인 업무 리스트를 작성하고, 업무를 시작하자. 아마도 자기계발서의 성공한 주인공처럼 자신감과 충만감을 느끼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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