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과 개인적인 ‘탄력성(resilience)’이 필요하다. 탄력성이란 ‘심각한 삶의 도전에 직면하고서도 다시 일어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욱 풍부해지는 인간의 능력’을 의미한다. 이때 삶의 자세를 선택하는 자유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이 자유를 효과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며 자신이 기대하는 것이나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날지라도 필요할 때 변화할 수 있는 융통성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다양한 선택의 자유를 거부하는 상황은 자신을 ‘생각의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다. 생각의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 터널 속에서 터널 입구를 바라보는 것처럼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제한된다. 생각의 감옥에 갇히게 되면 우리의 두뇌는 스트레스 상태가 된다.
스트레스 상태가 되면 자신을 포함해 눈앞에 있는 모든 사람은 ‘적’으로 인식된다. 적이라고 인식되는 사람은 자신이 물리쳐야 할 표적이 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심지어 자신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자해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이 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대인관계’이다. 상사와 부하, 동료와 동료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관계 갈등은 많은 직장인이 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이런 갈등을 악화시키는 원인이자 해결이 어려운 이유도 갈등 당사자 스스로 자신들을 생각의 감옥에 집어넣기 때문이다.
급한 일이 있어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신호를 지키면서 운전을 한다면 운전기사를 향해 원망 섞인 눈길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운전기사가 자신의 상황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해 운전기사를 원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운전하는 방법부터 라디오 듣는 것까지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 자신을 생각의 감옥에 가두는 부정적인 생각은 마음속에만 있지 않고 밖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렇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만들게 된다.
스스로 생각의 감옥에 들어갈 때 나타날 수 있는 또 다른 부작용은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없다’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은 자신을 생각의 감옥에 가둘 뿐만 아니라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영국의 육상선수 중에 ‘로저 배니스타’가 있었다. 이 선수는 1마일을 4분 이내에 달린 세계 최초의 선수로 유명해졌다. 많은 전문가는 이 선수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1마일을 4분 이내로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죽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아무도 그 기록을 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지만 로저 배니스타는 달리는 방법을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한 결과 마침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4분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이 선수가 마의 4분의 벽을 넘어선 다음 주목할 만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로저 배니스타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록을 깬 다음 많은 선수가 ‘나도 할 수 있다’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서 별다른 노력 없이 그 기록을 넘을 수 있었다.
이처럼 생각의 감옥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갈등 관계에 있는 상대를 ‘싸워서 이겨야 할 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나는 할 수 없다’라고 스스로 낙인을 찍고 있다. 자신을 생각의 감옥에 몰아넣는 행동은 자신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사람으로부터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된다. ‘키가 작다’나 ‘뚱뚱하다’와 같은 외모에 대한 지적부터 ‘공부를 못한다’ 혹은 ‘게으르다’와 같은 능력이나 성격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서 자란다.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라는 옛말을 충실하게 따르지만,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수학 공식을 모르는 사람에게 야단친다고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야단을 맞을수록 자신감을 잃게 되면서 수학 자체가 공포로 다가오게 되면서 수학을 포기하기에 이르는 학생들도 많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해결 방법을 몰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질책한다고 해결 방법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상사가 부하를 비난할수록 상사와 부하 모두는 생각의 감옥으로 들어가게 된다. 비난의 강도를 높일수록 감옥으로 들어가는 속도만 빨라질 뿐이다.
직장(職場)은 글자 그대로 사람들이 업무를 위해 모인 장소이다. 직장에서 오가는 대화는 업무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상사, 동료 혹은 부하를 비난하는 것은 업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장인들은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이것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도움이 된다고 확신이 설 때 다른 사람에게 말해야 업무에 도움이 된다.
건강한 직장과 그렇지 못한 직장의 차이는 갈등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 방법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건강한 직장에서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의도를 왜곡하지 않고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반면 건강하지 못한 직장에서는 상대를 공격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갈등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람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를 선전하기에 바쁘다. 상대를 공격하는 사람으로서는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면 자신은 저절로 ‘선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착각으로 이런 행동을 한다.
비겁하게 자신을 등 뒤에서 공격하는 사람을 그냥 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사람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 외에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더해 상대를 험담한다. 공격이 강할수록 반격 또한 격해진다. 조직원들끼리의 이런 충돌을 반기는 곳은 외부의 경쟁회사뿐으로 같은 편이 심하게 싸울수록 경쟁회사는 미소를 짓는다.
이런 문제도 결국은 자신을 ‘생각의 감옥’에 가두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나를 반대한다’와 같은 생각으로 인해 상대를 자신과 함께 가는 동반자로 본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는 사람으로 인식한 것이다.
스스로 생각의 감옥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 중 첫 번째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회사에서 자신의 방법이 더 적합하다고 다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회사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문제는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방법’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상대와 회사를 위하는 방법의 차이가 인식되는 순간 ‘저 사람도 회사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상대를 공격하고 싶은 충동이 사라지게 된다. 상대의 속마음을 이해하면서 ‘두 사람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두 번째는 ‘목표에 대한 공유’이다. 차가 달릴 수 있는 도로에는 중앙선이 있다. 만약 차가 중앙선을 넘어 건너편 차선으로 달리게 되면 다른 차와 정면충돌이 일어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선을 중심으로 같은 방향으로만 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대의 목표가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되면 상대를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회사의 발전’이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수시로 알려주면서 대화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지식이 공유’이다. 상사와 부하가 충돌하는 이유에는 목표에 대한 차이도 있지만, 지식이나 경험의 차이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 상사와 부하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으면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업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 상대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단으로 정보를 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은 조직에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해결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갈등 당사자들이 ‘선택의 자유’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갈등 상대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의 자유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의 선택지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이런 결과가 또 다른 갈등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많은 대화를 통해 목표와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란 쉽지 않다.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을 감사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감옥의 문을 더 단단하게 잠그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갈등 해결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생각의 감옥에 들어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과 함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등산할 때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알게 되면 훨씬 수월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기 행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더 쉽게 받기 위해서는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정에 따라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태도야말로 자신과 주변 사람 모두를 생각의 감옥에서 구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