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을 둔 부모는 수험생 이상으로 초조하다. 부모는 이런 마음도 몰라주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를 보면서 속이 뒤집힌다. 참다 참다 “공부해라”라고 한마디 하면 아이는 “또 잔소리야!”라고 말한다. 부모는 아이의 반응에 “내가 언제 잔소리했다고…. 버르장머리 없이 어디서 말대꾸야!”라고 아이에게 화를 낸다. 부모와 아이 모두 한 걸음만 더 나가면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회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일상에서 이런 충돌을 경험하는 이유는 감정의 격앙으로 인해 멈출 때 멈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걱정과 초조함으로 인해 아이가 조금이라도 한눈팔면 아이를 닦달한다. 아이도 부모로부터 질책을 받으면 부모가 숨도 쉬지 못하게 한다면서 속상해한다. 두 사람 모두 상대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져 서로의 진심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한 오해가 발생해 감정의 충돌이 생긴 것이다.
세계적인 부부 상담가인 미국의 존 가트맨 박사는 부부 사이의 대화를 15분 정도 듣는 것만으로 90% 이상의 확률로 그 둘의 결혼이 유지될지 이혼할지를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예측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가 공격의 말로 시작하면 상대도 같이 공격하는 대화 패턴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와 대화하기 전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대화를 시작했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감정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멈춤이다. 상대와의 관계에서 감정이 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멈춤이 필요하다. 부모와 아이 모두가 긴장한 채 마주 보고 있는 상태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맹수와 같다. 이럴 때 어느 한쪽의 말과 행동이 상대를 자극해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이런 대치 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물론 부모는 아이를 보면서 답답하고 속이 타들어 갈 수도 있겠지만, 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긴장 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둘째, 예방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이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말속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주기를 바란다’라는 의도가 담겨있다. 아이는 부모의 다정한 목소리에는 다정하게, 날이 선 목소리에는 날을 세워 반응한다. 필자도 날이 선 목소리로 동료나 가족에게 말을 한 적이 많다. 이렇게 하고 나면 마음속에는 불편함이 남게 된다. 따라서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는 대화를 피하거나 멈추는 것이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아이와 충돌 없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면 다정한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말하기 전 심호흡을 하거나 미소를 짓기 위해 잠깐이라도 멈춘다면 불필요한 충돌을 막을 수 있다. 미소는 감정의 격앙을 막아준다. 미소는 상대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녹여 사라지게 하거나 무디게 한다. 위의 사례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해”라는 가시가 돋친 말을 하기 전 미소부터 지었다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지금 뭐 해?” 혹은 “힘들지?”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위로가 되는 말을 들은 아이는 부모가 자기를 이해한다고 생각해 별다른 저항 없이 언제까지 쉬겠다고 말하거나 바로 책상으로 향할 것이다. 이처럼 대화 시작 전 미소로 마음을 가라앉히면 대화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지금 ‘미소’를 지어보자. 미소를 짓는 순간 호흡이 편해지면서 마음도 가벼워짐을 느낄 것이다. 미소는 긴장을 풀어주고 여유를 갖게 만들어 상대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 미소의 이런 효과를 활용한다면 대화의 효과와 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미소도 연습이 필요하다. 종일 얼굴에 미소를 띠지 않아도 의식적으로 미소를 짓는다면 그 미소는 분명히 마음에 평화와 기쁨을 가져다주는 효과가 있다. 책상 위에 거울을 놓고 연습하는 사람도 있지만, 업무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 거울에 자기 얼굴이 보일 때마다 입꼬리만 살짝 올리거나 입만 벌려도 미소의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미소는 상대와의 관계를 따뜻하고 친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지금, 이 순간 미소를 띠면서 자기 안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를 감지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