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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심할수록 성과도 경쟁에 비례해 향상될까?_2

by 최환규



많은 사람이 경쟁이 성과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교하게 기획되지 않은 경쟁은 조직원의 신체와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래전 ‘나는 가수다’라는 경연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 방영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유명 가수가 참가자로 나와 노래를 부르면 방청객이 점수를 매기고, 낮은 점수를 얻은 가수는 탈락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경연 프로그램의 첫 방송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가요 대상을 여러 번 받았던 최정상급의 남자 가수가 탈락한 것이었다. 이 가수가 판정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겠다고 항의하면서 방송국에서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공지했던 경연의 룰을 스스로 변경해 탈락한 가수가 다시 경연할 기회를 제공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가요계에 영향력이 큰 특정인이 항의했다는 이유로 참가자들이 따르기로 한 규칙을 변경한 것이다. 아마도 영향력이 적은 가수가 탈락자였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탈락’이라는 규정이다. 가수라면 누구나 노래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 할 것이다. 다른 가수보다 낮은 점수를 얻고 싶은 가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첫 번째로 탈락한 가수도 자기가 아래로 여기던 가수보다 낮은 점수를 얻은 현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경쟁 결과 경쟁 열위에 있는 사람은 수치심을 느끼는 등 불편한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이처럼 경쟁은 반드시 승자와 패자를 만들기 때문에 조직원 사이에 균열이 생실 수 있다는 사실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살았던 과거를 추억하면서 경쟁이 양과 질을 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경쟁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농업의 경우 농부가 부지런히 씨를 뿌리고 풀을 매면 튼실한 작물을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부지런할수록 더 많은 소출을 기대할 수 있다. 생산라인도 마찬가지이다. 동료가 한눈팔거나 담배 피울 때 자리를 지키면 동료보다 더 많은 생산물을 얻을 수 있다. 즉, 노력의 결과가 생산물에 비례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이 발달할수록 경쟁은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백화점 매장에서 동료끼리 경쟁을 한다고 하자. 경쟁에서 이긴 보상이나 불이익이 클수록 매장 직원 사이에는 경쟁심도 덩달아 커진다. 과열된 경쟁심은 고객에게도 전달되어 고객이 물건을 구매할 때까지 집요하게 따라다니거나 강요에 가까운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동료가 손님을 맞이하지 못하도록 손님을 다른 매장으로 유도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고객은 직원들이 자신을 놓고 경쟁하는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 불쾌한 기분을 느끼면서 다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직원 간의 경쟁이 고객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은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경쟁이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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